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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사건 70주년 앞둔 대만 '백색테러의 기억'

2·28 사건 당시를 회고하는 판신싱씨[AFP=연합뉴스]
2·28 사건 당시를 회고하는 판신싱씨[AFP=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디텐션'(반교·返校)은 최근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이다.

대만 계엄령 시기인 1960년 대만의 작은 산기슭 학교에서 한 여고생이 좋아하던 선생님의 금서 독서모임을 고발해 선생님이 군경에 체포돼 실종된 이후 반란죄로 총살형에 처해진 일을 다루고 있다.

이 여고생이 당시의 일을 후회하며 학교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것을 배경으로 각종 의문을 해결해가는 내용의 2D 공포 게임물이다.

대만의 백색테러 시대를 연상시키는 이 게임은 대만의 음울한 시대상을 살린 분위기로 다른 중화권의 게임 매니아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가 대만 2·28 사건 70주년이자 계엄령 해제 30주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28 사건을 처음 다룬 1989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비정성시(悲情城市)에 이은 수작으로도 평가된다.

대만의 백색테러 시대는 공식적으로 1949년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권의 계엄령 발령부터 시작돼 1987년 계엄령 해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일제가 물러난 뒤 대만을 접수한 국민당 군대가 1947년 차별대우에 반발한 대만 원주민들의 시위와 파업을 유혈 진압한 2·28 사건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담배 노점상을 구타한 것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시위와 이후 진압으로 모두 2만8천여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대만 사회의 오랜 갈등이 시작된 단초였고 백색테러의 상징이기도 했다.

당시 국민당 정권은 '불순분자'를 뿌리뽑고 권위주의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숙청과 박해를 가했다.

백색테러 기간에만 14만여명이 군사법원에 기소됐고 모두 3천∼8천여명이 처형됐다.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백색테러'는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반란 처벌 조례'와 '중화민국 형법'에 근거해 계속 이어졌다. 1992년 형법이 개정된 이후에야 대만에 언론 및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고 민주화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백색테러 시대도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논의가 금기시됐던 2·28 사건과 백색테러는 본성인(本省人·명나라때부터 대만에 건너와 살던 중국계 후손)을 지지기반으로 대만의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이 집권하면서부터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이들 대만 독립론자는 2·28 사건을 본토 원주민인 본성인이 외성인(外省人·1940년대 국민당과 함께 건너온 중국계)이 중심이 된 외래정권에 의해 학살된 사건으로 간주한다.

'2·28사건에 관심을 갖는 모임'의 판신싱(潘信行) 이사장 역시 백색테러의 희생자다. 판 이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백색테러 시기에 겪은 비극을 털어놓았다.

남부 자이(嘉義)현의 의사로 국민당 비판세력이었던 판신싱 부친은 2·28 사건 당시 현지 유력정치인들과 시위를 벌이다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이어 아버지를 찾아나섰던 판신싱의 형도 총에 맞아 숨졌다. 판신싱 가족들은 처벌받을까 두려워 형이 자살했다고만 알려왔다.

다른 형과 누나들도 수개월간 '공산당 첩자'라며 감금을 당했고 친척 수십명도 박해를 당했다고 판신싱은 전했다.

판 이사장은 "대만에 또다른 비극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2·28 사건은 재조명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보복을 원치 않는다. 다만 정의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역시 최근 해외에서 귀국한 2·28 사건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며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현상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2·28 사건 추모 기념식 당시의 차이잉원 총통[EPA=연합뉴스]
2016년 2·28 사건 추모 기념식 당시의 차이잉원 총통[EPA=연합뉴스]

joo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7 11: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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