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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바뀔까]①조기 대선시 인수위 없어 조직개편도 '안갯속'

새 정부 청사진 마련 어려움…임기초 시행착오 가능성
누가 대통령돼도 '여소야대' 불가피…개편안 국회동의 쉽지않아
정부조직개편 '난망' 예상…손질하더라도 최소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조만간 내려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따라 대한민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발걸음을 내디딜 가능성이 있다.

탄핵이 인용돼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 파면이 현실화되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고 겨울이 아닌 봄에 '벚꽃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 준비에서부터 새 대통령 취임까지 모든 절차를 두 달 안에 마쳐야 하는 촉박한 일정상 누가 권력을 잡든 충분히 숙고해서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여유가 없다.

'인수위 없는 차기 정부 출범'에 대비한 세미나에서 연설하는 정세균 국회의장
'인수위 없는 차기 정부 출범'에 대비한 세미나에서 연설하는 정세균 국회의장

더구나 조기 대선으로 뽑힌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당선 후 곧바로 청와대에 입성해야 해 새 정부의 청사진을 마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 전에 기존의 행정부 조직과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국정 기조와 정책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위 없이 곧장 취임하는 새 대통령은 임기 초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국정운영의 틀이 될 정부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각 조직을 이끌 각료를 누구로 선임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게다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가 될 4당 체제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얻기 더욱 어려울 게 명약관화하다.

정상적인 정권 인수 과정을 밟은 박근혜 정부조차도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52일이나 걸린 것을 고려하면 인수위 없는 차기 정부의 혼선은 이보다 더 심할 수 있다.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을 공직사회 내부의 진통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의 갈등으로 보내며 새 정부의 산뜻한 출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2013년초 인수위 조직개편안 규탄 시위
<자료사진> 2013년초 인수위 조직개편안 규탄 시위'농림식품축산부 설치하라'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인수위 조직개편안 규탄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1.24
doobigi@yna.co.kr

그런데도 정부조직의 틀을 일정 부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상당수 대선주자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통령 탄핵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료사회만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구체적인 개편안을 공개한 캠프는 아직 없지만, 새 국정철학을 담을 그릇을 빚는다는 차원에서 정부조직에 메스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경우 '공식 논의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 전 대표의 최근 발언들에서 ▲ 미래창조과학부 개편과 과학기술부 부활 ▲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독립 ▲ 교육부 기능 축소 ▲ 국가정보원의 '해외안보정보원' 개편 등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같은 당 대권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나중에 논의할 문제'라며 좀 더 신중한 태도다.

안 지사 측은 "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계승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당선되자마자 점령군처럼 조직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정적 이양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야 3당 공동정부'를 제안한 적이 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정부조직 개편과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구성이 필요하지만, 탄핵 인용 후 논의할 문제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다만 교육부 폐지를 통한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 재편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해둔 상태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유능한 정부'라는 콘셉트로 여성가족부 폐지, 중소기업청 승격,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 등을 구상하고 있다.

같은 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연정에 주력하면서 가급적 현 정부조직을 유지하되 국정운영을 해본 뒤 필요하면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자유한국당 주자들은 여전히 탄핵이 인용될지 알 수 없다며 정부조직 개편까지 미리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술대에 오를 정부 부처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부처는 후보 캠프에서 조직개편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를 찾아다니며 물밑으로 부처 입장을 설명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부처 밥그릇 챙기기 우선'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입장표명을 하는 일을 삼가는 분위기이다.

다만 다수 주자가 해체 또는 축소를 언급한 교육부는 벌써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등의 조직개편 방안을 놓고 자체 정책연구에 착수했다.

[정부조직 바뀔까]①조기 대선시 인수위 없어 조직개편도 '안갯속' - 3

'박근혜표 부처'로 찍힌 미래창조과학부의 개편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산하기관인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들은 후보 캠프에 "우정사업청으로 승격시켜달라"는 건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른 부처들도 조직 기능 유지를 위한 방어논리 개발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에서는 차기 정부에서는 대규모 조직개편이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 새 정권이 정부조직을 뜯어고치느라 여소야대의 국회와 충돌하면서 힘을 뺄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5년마다 부처를 떼었다 붙이는 식의 조직개편으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만큼은 개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firstcircl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7 03: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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