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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가계 실질소득 높여야 내수 살아난다

(서울=연합뉴스) 새해 들어서도 소비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다시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작년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도 내수 증진 방안이 일부 들어 있다. 그런데 예상보다 소비 위축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부는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세부 대책을 발표했다. 황 권한대행은 "소득여건 악화, 지출 여력 저하 등이 겹쳐 내수가 더 위축될 우려가 크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내수 위축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렇게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2.6%)를 밑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비 위축→생산 감소→고용 악화→내수 둔화'의 악순환 구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인식인 것이다. 실물 경제보다 선행하는 심리지표는 이미 악화일로에 있다. 한국은행의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년 10개월 만의 최저치인 93.3으로 떨어졌다.

이번 대책은 모두 88건의 개별 과제로 짜여 있다. 하지만 초점은 지출 여력이 있는 계층의 소비심리 개선과, 저소득층의 소득 보완 및 생계비 절감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우선 '가족과 함께하는 날' 제도가 눈길을 끈다. 매월 하루를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하는 날로 정해, 가족과 쇼핑이나 외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과 영세 화훼·농축수산업의 영세 사업자들한테는 저리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 2.39%로 1인당 최고 7천만 원까지 빌려준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개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 대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대상 업체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이 1인당 4만6천원에서 6만원으로 늘어난다. 그 밖에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 상향(연 10만 원→20만 원), 고속철도 예약 최대 50% 할인, 구직급여 상한액 상향(4만3천 원→5만 원) 등 중량감이 크지 않은 방안들도 다수 포함됐다. 일각에서 '백화점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책의 세부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도 있다. 예를 들면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시행하려면 유연근무제가 전제돼야 하는데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도 도입률은 53%에 불과하다. '골프산업 육성',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도 개편' 등 구체성이 결여되거나 아직 검토가 덜 된 과제도 여럿 있다. 그렇다 해도 정부는 이번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실행 방안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책 입안 단계에서 조금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현장에 잘 접목시키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아울러 내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고, 가계 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 임금이 물가를 쫓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소비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가계의 실질소득 정체라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대증요법만 써서는 고질병을 치유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3 20: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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