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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로 칼럼] 최순실 국정농단의 거짓말을 `팩트 체크'로 남기자

송고시간2017-02-24 11:30

(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유력신문 워싱턴 포스트가 재미있는 '사실 확인(팩트 체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100일 동안 몇 번이나 거짓말과 오도된 주장을 하는지 헤아리는 일이다. '트럼프의 주장 100일'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다. 워싱턴 포스트가 첫 33일 동안 가려낸 거짓말이나 잘못된 주장은 몇 개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무려 132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4건이 넘는다.

워싱턴포스트의 팩트 체크는 분류방식과 분석 내용이 매우 치밀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가장 많이 적발된 주제는 '이민' 문제로 33일 동안 24회였고, '일자리' 관련은 17회다. 거짓 주장이 제기된 통로는 트위터가 34회로 가장 많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광'이라는 면모를 확인한다. 기자회견과 인터뷰도 많았는데, 눈여겨볼 대목은 '준비된 연설'이 24회나 됐고 페이스북은 1차례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뿐이 아니다. 거짓이나 잘못된 주장이 나오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다소 어이없는 내용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겉잡을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최순실 사태를 '1천 년래 제일 대사건'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여줬다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살아생전 보기 힘든 사건임은 분명하다. 최순실 사태의 원인과 가담자, 국정농단의 범위와 내용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해부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사건의 실체를 고의로 덮으려는 거짓말의 행진은 따로 떼어 주목했으면 한다. 이미 검찰 수사와 국회청문회, 특검 조사 등을 통해 수많은 거짓말이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어찌 보면 사태를 호도하려는 거짓말이 국민을 더 격앙케 하는지 모른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목격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말은 지금도 생생하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초지일관 잡아떼다가 막판에 이를 번복하는 추태를 보였다.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토론회 영상에서 최 씨 실명을 거론하는 장면이 나오고 김 전 실장의 현장 참석이 증명되자 "최 씨 이름을 못 들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고 입장을 바꿔야 했다. 구차한 자백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길이 없다.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던 성형전문가 김영재 원장의 거짓말도 들통났다.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한 김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한 사실은 있지만 미용 시술은 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고, 이런 발언을 하는 장면은 TV를 통해 그대로 전파됐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보고 천연덕스럽게 "수술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나는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던 김 원장은 특검에서 청와대에서 최소 3~4차례 미용 시술을 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만들어 낸 크고 작은 거짓말은 이 밖에도 무수하게 많다. 태블릿PC는 쓰는 방법도 모른다던 최순실 씨는 또 다른 태블릿도 사용했고 이를 숨기려 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전경련 주도로 설립됐다는 주장은 진상을 은폐하려는 조작이었다. 블랙리스트는 만든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장관도 있다. 압권은 "최순실은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단정과 최순실을 알만하고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모른다"만 연발한 일이다. 이런 지경이니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는 게 당연하고, 이제는 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불신부터 생기는 지경이 됐다.

이쯤 해서 국정농단 사태의 와중에 쏟아진 거짓말을 낱낱이 정리하고 분류하는 팩트 체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성싶다. 거짓말은 일시적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치명적인 독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그릇된 의식을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는 몰아내야 한다. 최순실 사태의 와중에 난무한 거짓말은 그토록 원했던 사실 은폐에 일부 성공하기도 했겠지만, 큰 그림을 감출 수는 없었다고 본다. '방어할 수 없는 일'을 거짓으로 방어하려는 헛된 시도의 결말은 항상 그렇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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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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