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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세종대왕은 '스파르타교육' 달랑 52일만 받았다

송고시간2017-02-23 16:35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사교육 광풍이 젖먹이 아이에게까지 몰아치고 있다. 외국어는 어릴수록 학습효과가 좋다는 맹신에 첫돌도 안 된 아기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유아(0~5세) 사교육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한다.

여느 왕처럼 고강도 조기교육을 받지 못했던 세종

여느 왕처럼 고강도 조기교육을 받지 못했던 세종

조기교육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데도 개선 기미가 없다.

조선 궁중에서도 조기교육 효과는 부실투성이이었다.

통치는 덕으로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왕의 장남(원자)은 뱃속에서부터 혹독한 인성교육을 받았다.

태교 10개월이 생후 10년 교육보다 낫다는 믿음에서다.

왕비는 임신 3개월부터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먹고 읽어야만 했다.

아들이 태어나면 탯줄을 씻어 항아리에 넣어 태실에 봉안하는 것도 교육을 위해서다. 태는 사람의 영고성쇠와 인성을 결정하는 생명선으로 통했다.

생후 3세까지는 유모가 보육을 맡는다.

이때도 보양관의 도움을 받아 기본 덕목을 배운다.

원자가 왕이 되면 유모는 부귀영화를 누린다. 판서(장관)보다 높은 봉보부인(외명부 종1품)에 오른다.

유모한테 뇌물을 바치려는 양반이 몰려들기도 한다.

원자가 세자로 책봉되면 서연이라는 제왕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스파르타 방식으로 바뀐다.

[숨은 역사 2cm] 세종대왕은 '스파르타교육' 달랑 52일만 받았다 - 2

성균관 스승 앞에서 엎드려 공부한다. 배울 때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에서다.

유교 경전과 역사 등을 배우다가 예법과 활쏘기, 말타기도 익힌다.

공부한 내용은 매달 2~3회 암송해야 한다. 이 자리에는 임금과 스승, 정3품 이상 고관들이 참석한다.

성적이 나쁘면 임금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워낙 엄격한 교육 탓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3세부터 서연을 받은 사도세자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비운의 죽음을 맞았다.

아버지 영조는 42세에 얻은 세자가 조기 엘리트교육을 소화하지 못한 채 우울증세를 보이자 뒤주에 가둬 8일 만에 죽게 했다.

세자가 왕이 되면 서연 대신 경연을 받아야 한다. 하루 세 차례 신료들과 국가 현안과 학문을 토론하는 경연은 상당수 왕이 기피했다.

국정에만 매달려도 심신이 힘든데 고강도 학습까지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조와 태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 등이 경연을 멀리한 군주다.

왕의 업적과 서연 시간은 비례하지 않았다.

[숨은 역사 2cm] 세종대왕은 '스파르타교육' 달랑 52일만 받았다 - 3

역대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은 고작 52일에 그쳤다. 조선 왕 27명 중 가장 짧았다.

큰 형인 양녕이 스파르타교육을 못 견뎌 폐위되면서 갑자기 세자가 됐기 때문이다.

세종은 경연에서 당대 최고 석학들에게 배운 게 아니라 되레 가르쳤다. 여느 왕처럼 고강도 조기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평소 독서로 내공을 쌓은 게 비결이었다.

문종은 아버지 세종과 대조를 이룬다. 서연 기간이 조선 최고인 29년에 달했으나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오랜 학습으로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즉위 후 불과 2년여 만에 승하했다.

25년간 서연을 받은 인종의 집권도 8개월 만에 끝났다.

연산군은 11년간 세자교육을 받았지만 희대의 폭군이 됐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그린 영화 <사도>

사도세자의 비극을 그린 영화 <사도>

조선 왕실의 조기교육 결말은 최근 사교육 열풍에 시사점을 준다.

일부 통계를 보면 전체 학생의 약 30%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인다. 영조의 과잉 교육열 때문에 뒤주에서 삶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정신질환과 닮았다.

자식을 세종처럼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정작 자기주도학습을 멀리한 채 사도세자를 망친 영유아 엘리트교육을 선택한 결과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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