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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원주민 학살사건은 "중국의 해방투쟁"…차이잉원 견제

송고시간2017-02-23 13:38

기념행사 열어 2·28 발언권 쟁탈전…"中공산당도 참여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대만 원주민 학살사건인 '2·28 사건'을 '중국 인민 해방투쟁'의 하나로 규정하고 대만 민진당 정부와 2·28 사건의 발언권을 다투기 시작했다.

중국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대만 관련 관변단체인 대만민주자치동맹(台盟)은 23일 베이징에서 '대만 인민 2·28 기의(起義·의병을 일으킴)' 7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는 지난 8일 중국 대만판공실이 예고했던 2·28 기념활동의 일환이다. 좌담회에는 쑨춘란(孫春蘭) 중앙통일전선부장이나 장즈쥔(張志軍) 대만판공실 주임 등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중국 당국의 공식 행사임을 분명히 했다.

안펑산(安峰山)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이 행사 개최소식을 전하면서 "2·28 사건은 대만 동포들이 독재에 항거해 기본권을 쟁취하려 했던 의거로 중국 인민 해방투쟁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다소 의아하게 여겨졌던 중국의 2·28 사건 기념활동에 대한 의도가 분명해졌다. 당초 국민당 군이 저지른 2·28 사건을 중국 당국이 추모하려는 것은 대만 주민에 대한 '구애'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내 2·28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재조명함으로써 2·28 사건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안 대변인은 "그동안 2·28 사건은 대만의 일부 독립분열 세력에 의해 다른 꿍꿍이로 이용됐던 측면이 있다"며 "이들은 대만 독립과 중국의 분열을 부추기기 위해 역사사실을 왜곡, '대만성(省)'의 모순과 종족 의식을 확대시키고 사회적 대립을 조장했다. 나는 이들의 속내가 매우 비열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28 사건은 1947년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의 담배 암거래상 단속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군이 동원돼 원주민을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수주일 간 진행된 진압으로 민간인 2만8천 명이 학살됐으며 이후 국민당의 40년 철권통치가 이어졌다.

최근 들어 2·28 사건에 대한 중국 당국의 평가도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중국은 2·28 사건을 "대만 인민이 국민당 장제스(蔣介石) 정권의 반동통치에 반대한 기의"라며 중국 공산당이 합세해 국민당 정부를 전복하려 한 '해방전쟁'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만독립 세력이 2·28 사건을 빌려 양안 분열을 촉발하고 있다고 보고 중국 당국은 2·28 사건을 "대만 동포가 국민당 정권의 전제적 통치에 반대한 애국, 민주, 자치운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2·28 사건을 "중국 인민해방 투쟁의 일부분이자 대만 동포들의 영광스런 애국주의 전통의 중요한 발현"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만의 쉐화위안(薛化元) 2·28 기념재단 이사장은 "중국이 대만인의 항쟁을 정치적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은 대신 자기 땅에 자유와 민주를 실현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쉐 이사장은 이어 "중국 공산당은 2·28 사건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도 않았다"며 "2·28 사건은 전적으로 대만인의 자치와 압제 정권에 항거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대만내에서 2·28 사건은 대만 원주민인 본성인(本省人)과 1949년 전후 들어온 외성인(外省人), 민진당과 국민당의 정체성을 가르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사건이다.

국민당 계열의 쑨양밍(孫揚明) 국가정책연구재단 부사무총장은 "봉기 전 공산당의 역할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당시 여성 혁명가 셰쉐훙(謝雪紅·1901∼1970)이 반체제 지식인과 공산주의자를 동원해 집회를 가진 것을 예시했다.

셰쉐훙은 일본에서 대만 공산당을 창설한 혁명가로 신중국 성립후 중국에서 대만 대표로 활동했었다.

이번 좌담회를 주관한 대만민주자치동맹도 셰쉐훙이 대표를 거친 단체다. 1947년 홍콩에서 설립된 대만민주자치동맹은 중국 대륙에 거주하고 있는 대만 출신 인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승인한 8개 민주당파중 하나다.

현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부주석인 린원이(林文의) 주석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중국의 국가지도자 반열에 올라있다.

이번 기념활동에도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2·28 사건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고조되는 것은 기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이 후원하는 국민당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만 민진당 정부가 2·28 사건을 양안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막는 선에서 2·28 사건 기념 분위기를 관리하며 기념활동 규모나 규격을 키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한 2·28사건 추도식[EPA=연합뉴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한 2·28사건 추도식[EPA=연합뉴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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