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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00일] 정부 늑장대응, 농가 모럴해저드…'축산재앙' 불렀다

구제역 항체 '엉터리 통계' 맹신하다 허 찔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달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계기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역체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의 늑장대응과 혼선에 AI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퍼졌고, 농가 현장의 차단 방역도 제대로 안됐다.

최근에 터진 구제역 역시 현실과 괴리가 큰 통계치만 믿고 있다가 허를 찔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역 당국 스스로 '축산재앙'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1천만마리 살처분한 뒤 '뒷북 총력전'…엉터리 통계에 뒤통수도

고병원성 AI와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해 12월 12일이었다.

같은해 11월 16일 농가 최초 신고 이후 26일 만이며, 이보다 앞서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원앙에 대한 AI 확진 판정이 난 이후 무려 한 달 만이다.

특히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AI 피해 집계 자료를 보면, 11일 기준으로 7개 시·도, 23개 시·군에서 AI가 발생했고, 살처분 마릿수가 1천만 마리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AI 위기경보는 한참 뒤인 같은해 16일에서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국정공백이 이어지면서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뒷북 총력전도 문제였지만, 방역 현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역시 화를 키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바이러스 특성상 매뉴얼을 제대로 지켜도 100% 방어가 불가능한데, 인력난과 통제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정부의 행정력이 농가 현장에까지 미치지 못하면서 '대책 따로, 현장 따로'가 된 셈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산하 AI 역학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살처분 현장에서 차량이나 출입자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고, 점심 시간엔 음식 배달원 등 외부인이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드나드는 사례도 확인됐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24시간 이내 살처분하도록 된 매뉴얼은 '서류상 조치'에 그치고 있고, 축산차량 이동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자료사진]
[연합뉴스=자료사진]

가축전염병에 대비한 정부의 실태조사 역시 '엉터리'였다.

정부는 구제역 발생 전 백신 정책에 따른 전국 소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97.5%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5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의 백신 항체형성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을 때만 해도, "접종이 제대로 안된 매우 특이 케이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잇따라 발생 농장과 인근 농장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항체형성률이 형편없이 낮은 사실이 속속 확인되자 뒤늦게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백신 정책으로 전환한 지난 2011년 이후 7년 내내 정확한 실태조차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 "나 하나쯤은…" 농가 모럴해저드도 화 키웠다

해마다 AI나 구제역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도 '나는 안 걸리겠지', '이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농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역시 화를 키웠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면 철저한 소독 등 농가 단위의 책임 있는 차단 방역이 기본 중 기본이지만, 여기에서부터 구멍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일부 농장에서는 예찰이나 검사를 위한 방역 담당 공무원의 진입을 거부하는 등 방역 조치에 비협조적인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세종시의 한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는 AI 의심 신고를 하기 직전 달걀 280여만개와 닭 10여만 마리를 출하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자료사진]
[연합뉴스=자료사진]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확인된 낮은 소 농가의 항체 형성률 역시 농가 해이와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신의 경우 주기적으로 맞혀야 방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지만, 착유량 감소나 유산 등 당장 코앞에 닥칠 손실을 우려해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소독 효과가 있으려면 먼저 깨끗한 물로 오염원을 씻어버린 뒤에 소독약을 뿌려야 한다고 알려왔고, 이는 소독의 기본이자 상식"이라며 "정작 현장에서는 흙이 잔뜩 묻은 차량 바퀴 표면에 바로 소독약을 뿌리는 등 매뉴얼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농장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 행정력이 현장 깊숙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농장주들의 수준 높은 책임 방역이 뒤따라줘야 같은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2 05: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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