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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안보회의에 '트럼프 유령'…美, 두개의 정부인가 투트랙인가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트럼프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는 어디에든 있었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 영문판이 19일(현지시간) '트럼프 없는 유럽연합(EU)의 외교정책' 제하의 의견기사를 통해 폐막한 2017년도 연례 뮌헨안보회의를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지난 17일 사흘간 일정으로 문 연 올해 뮌헨안보회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애초 '포스트 웨스트, 포스트 오더(post-west, post-order)'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현 같은 초대형 상수 등장 이후의 서방 세계와, 이에 맞물려 이끌리는 신국제질서 모색이라는 함의가 있는 주제로 이해됐다.

그 점에서 주요국 정상급 인사 30여 명을 포함한 전 세계 고위급 외교, 국방 관련 인사 500여 명이 회의에서 가장 주목한 이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사절단이었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서 만난 메르켈 독일 총리 & 펜스 미국 부통령 [EPA=연합뉴스]
독일 뮌헨안보회의서 만난 메르켈 독일 총리 & 펜스 미국 부통령 [EPA=연합뉴스]

미 사절단의 연설과 토론을 지켜본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사흘 전까지만 해도 회의 참석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수많은 의문을 가졌다"면서 "전부는 아닐지언정, 그중 몇몇 의문은 제거됐다고 본다"라고 회의 결과를 총평했다.

과연 이러한 평가는 정확한 것일까.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주요 우방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일치된 목소리를 낸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집단안보체제에 관한 견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독일과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쓸모없다"고 했던 나토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펜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의 나토 지지는 변함없다"고 정리했다. '트럼프의 전령'으로서 그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이 발언은 "나토는 독일과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매우 부합한다"라고 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론에 겹쳐 큰 공명 효과를 냈다.

유럽 우방과는 종전보다 거리를 두는 대신 러시아로 좀 더 다가가 보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는 트럼프 정부와 유럽 주요국 정부 간에 "그래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같은 편"이라는 공개적인 확인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런 이른바 '대서양 동맹'의 커밍아웃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의 입에서 "나토는 냉전 기구(도구 또는 수단)"라는 노골적 언명이 나오게 만드는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대서양 동맹 사이에 찾아진 교집합은 크게 봐서는 그 정도뿐이었다. 그것도 나토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지출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거듭된 미국 사절단의 압박이 동반된 채 나온 것이었다.

영국에 이어 다른 EU 회원국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EU의 분열에 구경꾼 자세를 취하고 유럽 등 교역국을 상대로 징벌적 관세 부과를 말하며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가 하면 이란과의 핵 합의까지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견에 맞물린 미국 정부의 정돈된 정책 방향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당장,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펜스 미국 부통령의 연설을 듣고 나서 "EU에 관한 한마디도 안 했다"라는 요지의 트윗을 날려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이 공유하는 가치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가운데 펜스 부통령은 그 공유하는 가치를 연설했다"며 "미국은 두 개의 정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팀이 아직 정돈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를 두고 일본 일간지 아사히(朝日)신문은 20일 펜스 부통령과 각료 등이 동맹국과의 기존 약속을 확인하고 돌아다니는 역할을 맡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는 "트럼프 외교"의 구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러한 투트랙 형태의 '트럼프 외교'가 어느 정도의 치밀한 전략 아래 구사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략에 따른 것이든, 정권 출범 초반의 '혼돈'에 기인한 것이든, 아니면 대통령과 정권담당 세력 간 상존한 정견 충돌에 의한 것이든 동맹과 우방 파트너십의 기본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라는 점에서 '대서양 동맹'의 갈등요소가 여전하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주미대사를 지낸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다만, "이번 회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짚고,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미국은 자국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하는 여당 인사가 있고 오히려 덜 비판하는 야당 인사가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un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0 20: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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