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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김정남이 살해된 게 아니라는 북한

송고시간2017-02-20 21:20

(서울=연합뉴스) 사실상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결과와 김정남 시신 인도를 놓고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심각한 외교갈등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협의를 위해' 평양 주재 대사를 쿠알라룸푸르로 소환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강철 북한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의 뜻도 전달했다. 강 대사는 지난 17일 밤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말레이 측이 무언가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며, 우리를 해하려는 적대세력과 결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미리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강 대사는 20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전날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를 다시 걸고넘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 요지는, 앞서 체포된 리정철 외에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가 더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사건의 배후라는 말과 같았다. 그러나 강 대사는 "말레이 정부가 한국 정부와 결탁해 북한이 배후라고 한다"면서 "말레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생짜를 부렸다. 그는 심지어 "사망자의 신원은 여권에 명시된 대로 '김철'인데 말레이 경찰은 북한에 적대적인 세력이 주장하는 다른 이름(김정남)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니라는 황당한 강변인 셈이다. 이 정도로 나가는 것을 보면 북한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막무가내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를 부인하고 엉뚱한 꼬투리를 잡아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같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목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경유해 평양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수교했지만 범죄인 인도 협정은 체결돼 있지 않다. 끝까지 부인하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 전모를 완전히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이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자 급기야 말레이시아 총리까지 나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집 라작 총리는 20일 기자들에게 "우리 경찰과 의사들은 매우 전문적이며 객관성을 갖고 일한다"면서 "경찰 수사결과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나집 총리는 이어 "북한의 이미지를 나쁘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가 말레이시아 법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북한이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말레이 법을 적용한다'는 나집 총리의 한마디에 모든 설명이 녹아 있다. 강 대사의 주장은 말레이시아 국내법을 무시하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말레이시아 당국에 공동 조사를 요구한 것도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천안함 폭침 사태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할 때도 북한은 똑같은 주장을 했다. 북한은 아마 심증은 넘치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시신 부검결과를 예정보다 이른 22일 발표하기로 했다. 부검과 함께 진행한 독성검사에서 북한이 꼼짝 못하는 물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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