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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은퇴식은 소박하게, 아니 안 해도 됩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주위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사람"
"현실적인 홈런 목표 30개…경기장에서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아"
구자욱 훈련 돕는 이승엽
구자욱 훈련 돕는 이승엽(온나<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이승엽(오른쪽)이 20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구자욱의 타격 훈련을 돕고 있다. 2017.2.20

(온나<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BO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로 꼽히는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조용한 은퇴식'을 원한다.

국민타자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명성에 맞는 화려한 은퇴식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지만, 이승엽은 "그라운드에서 짧게 인사를 할 정도면 된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팀을 위한 선수로 남고 싶어서다.

20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전성기 때보다 더 스타가 된 기분이다"라고 했다.

2017년 KBO리그의 메인 테마 중 하나는 '이승엽의 은퇴'다. 그는 2017년 시즌 종료 뒤 은퇴를 예고했다. 어쩌면 시즌 내내 야구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이승엽 은퇴식'이 열릴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많은 언론사가 이승엽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소감을 묻는다. "은퇴 의사를 번복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이승엽은 "지금이 은퇴할 적기다. 내 생각은 확고하다"며 "내 예상보다도 오래 선수로 뛰었다.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그의 은퇴를 아쉬워한다. 그 아쉬움을 성대한 은퇴식으로 달래고 싶어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는 주위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밝힌 이승엽은 "야구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다. 더그아웃 분위기에 해가 된다면 은퇴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KBO 실행위원회에서 언급한 '이승엽 은퇴 투어'에도 고마움을 표하며 "소박하게"를 외쳤다.

이승엽은 "양해영 KBO 총장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거듭 감사 인사를 한 뒤 "마지막 원정 경기에서, 경기가 모두 끝난 뒤 홈플레이트 앞에 서서 팬들께 고개 숙여 인사하는 짧은 시간만 주어졌으면 좋겠다. 상대 팀에도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승엽은 신중하게 마지막 시즌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스타'
'여전히 스타'(나하<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12일 오후 전지훈련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17.2.12
seephoto@yna.co.kr

◇ 1998년생과 스프링캠프…"내가 혼날 때 태어났네" = 오랜 세월, 이승엽은 정상을 지켰다.

후배들을 보며 이승엽은 과거를 떠올린다. 그는 최근 고졸 신인 최지광(19)에게 "내가 선배들에게 한창 혼날 때 태어났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지광은 1998년 3월에 태어났다. 이승엽은 1997년 개인 첫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은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내가 야구 정말 오래 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과거 힘들었던 기억도 추억으로 변한다.

이승엽은 18일 삼성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평가전이 열린 나하 셀룰러 스타디움을 찾았다.

이날 그는 경기조가 아니었지만 2006∼2010년, 5시즌을 함께 뛴 요미우리 전 동료와 인사하고자 셀룰러 스타디움으로 갔다.

그는 "요미우리 선수들과는 정말 잘 지냈다. 하지만 몇몇 코치와 의견이 맞지 않는 등 힘겨운 기억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까지는 요미우리와 삼성이 경기해도 야구장에 가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뒤 "그런데 정말 반갑더라. 당시 동료가 코치가 되고, 어린 선수가 베테랑이 된 모습을 봤다. 좋은 기억만 떠올라서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홈런은 많아야 30개…그래도 지고 싶지 않아" = 한일통산 602홈런(한국 443개·일본 159개)을 친 대스타도 여전히 야구가 어렵다.

이승엽은 "야구라는 게 쉽다가도 어렵다. 아직도 배트 중심에만 맞으면 홈런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3경기에 한 번만 그런 타구가 나와도 40홈런은 칠 수 있다"며 "실제 경기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나에게는 30홈런이 가장 크게 잡을 수 있는 목표"라고 했다.

애초 이승엽은 타격 자세를 크게 해서, 많은 홈런을 노리고자 했다. 그러나 곧 정교함을 잃지 않는 예전 타격 자세로 되돌렸다.

그는 "괌에서 훈련할 때보다 배트 무게도 낮췄다. 배트 스피드를 높여야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목표는 더 많은 장타와 안타, 타점을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홈런보다 팀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개인이 잘해야 이길 수 있는 종목이 야구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그라운드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나를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 다른 팀 지명타자, 1루수 보다 기량이 떨어진다"고 말하며 "하지만 '나는 예전에 잘했던 선수'라는 말로 위로하고 싶지 않다. 프로는 나이를 지우고, 선수 대 선수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이승엽 600홈런이요!
이승엽 600홈런이요!(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4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무사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삼성 이승엽이 한일통산 600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6.9.14
mtkht@yna.co.kr

◇ "라이온즈 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 2011∼2014년, 4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삼성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지난해 9위에 머문 삼성은 올해도 중하위권 팀으로 분류된다.

이승엽은 "계속 우승을 했을 때보다 부담이 적다.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승엽은 "올해부터 삼성은 신구 조화를 이룬 팀으로 변모할 것이다. 깜짝 놀랄 성적을 만들고 싶다"며 "처음부터 치고 나가긴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하나로 뭉쳐서 저력 있는 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언자 역할도 충실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프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후배들에게 강조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승엽이 후배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는 "대구 라이온즈 파크를 홈으로 쓴 지난해에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라이온즈 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면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이승엽'이 꼭 필요하다.

이승엽은 "개인적으로도 건강이 중요하다. 내게 남은 건 정규시즌 기준으로 144경기다"라며 "부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 빠지면 최소 열흘 동안 경기를 할 수 없다. 다음 시즌이 없는 내게는 너무 아쉬울 것"이라고 '풀타임 활약'을 예고했다.

사실 팬들이 이승엽에게 바라는 것은 홈런보다 매일 타석에 서는 모습일 것이다.

jiks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1 04: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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