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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못추는 분양시장] 집단대출 옥죄기에 분양권 시장도 '울상'

중도금대출 승계·잔금대출 전환 심사 깐깐해져 수요자는 발만 동동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회사원 김모(34)씨는 최근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부인 명의로 계약하고 은행에 매도인의 중도금 대출 승계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전업주부로 소득이 없는 부인 명의로는 중도금 대출 전액을 승계해줄 수 없다는 게 은행 측의 이유였다.

결국 김씨는 자신의 명의로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은행의 중도금 대출 승계 심사를 통과한 뒤에야 분양권 명의를 이전받을 수 있었다.

김씨의 분양권 전매를 중개한 경기도 하남의 H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시 일률적으로 제공된 중도금 대출은 분양권 전매 시에도 매수인에게 승계되는 게 관례였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집단대출 여신심사만 강화하는 게 아니라 금융권에서 전반적으로 돈줄을 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9일 부동산 업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집단대출 옥죄기가 중도금 대출 승계와 기존 아파트 잔금대출로까지 이어지면서청약 시장은 물론 분양권 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정부의 집단대출 축소 방침에 따라 금융권이 주택 관련 대출 전반을 조이면서 분양권 전매 시 중도금 대출 승계를 받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분양관리 담당자는 "10년 남짓 분양업무를 담당하면서 분양권 전매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 승계를 거부당한 적은 못봤는데 최근 그런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고 분양권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경우) 대부분 구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을 보지 않고 대출 승계를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담당자는 "예전에는 중도금 대출 승계 심사는 웬만하면 다 통과했는데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있어 꼼꼼한 심사 없이 대출 승계를 승인했다가 향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상환능력이 안돼 대출을 거부당하면 차주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중도금 대출 승계 단계부터 꼼꼼하게 상환능력을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은행을 끼고 분양 과정에서 제공하는 중도금 대출이나 입주를 앞둔 분양권 소유자의 잔금대출 심사까지 까다로워져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나온다.

동탄2신도시 D공인 대표는 "아파트 1순위 청약에 당첨된 23살짜리 조카가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며 "누나가 은행원인데도 집단대출을 못 받더라"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소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 시 이뤄지는 중도금 대출 과정에서도 수분양자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져 1천가구를 기준으로 볼 때 2가구 정도는 중도금 대출이 거부된다"며 "예전에는 신규 분양 단지의 중도금 대출이 거부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파트의 잔금대출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입주단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3천658가구의 대단지임에도 잔금 납부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수요나 즉시 입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내놓는 데다 잔금대출 전환이 까다로워지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수분양자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를 내놓고 있어서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실입주 목적이 아닌 계약자와 잔금 마련을 못 한 사람들의 전세 물건이 많다"며 "잔금대출도 집단대출이어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못 받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분양행사 대표는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을 적용하면서 실소득을 적게 신고한 자영업자들이 소득 기준에 걸려 잔금대출로 전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며 "다른 대출이 있거나 신고 소득이 적은 경우 잔금 부담때문에 입주 전에 분양권 전매를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금융권은 최근 2∼3년간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투자 수요가 몰려 소득보다 대출이 과도한 경우가 많아져서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에 청약요건도 완화되면서 유동 자금이 분양시장에 몰렸는데 최근 상당수 단지가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심상치 않은데 잔금대출로 전환해줬다가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적지 않아 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mong0716@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9 10: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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