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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란 건 없다' 단호하게 쓰고 떠난 작가 정미경"

"자본주의 본질에 정면 돌진한 작가"…후배 소설가들 추모글
정미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미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런 단호함이 전에도 있었던가. (…) 다음이라는 건 없다고 칼날같이 선언한 적은 없었다. 작가의 소설은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길에 들어선 것 같았다."

소설가 정이현은 선배 작가 정미경(1960∼2017)이 지난해 5월 월간 현대문학에 실은 단편 '못'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들이 주로 여운을 남기는 편이던 전작들과 달랐다는 것이다. '못'은 "다음. 다음이란 건 없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지난달 갑자기 세상을 떠난 정미경의 삶과 문학세계를 돌아보는 후배들의 추모 글이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나란히 실렸다. 정이현은 '다음. 다음이라는 건 없다는 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정과 안정을 좇아 달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허공의 안갯속에 갇혀버린 인물의 위선적 내면을 그만큼 냉정히 들여다보고 촘촘히 묘파하는 작가는 드물 것"이라고 했다.

정이현(45)은 작년 가을 소설공모전 심사에서 고인과 마지막으로 만난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보면 온화하고 강인한 것이 하나의 존재 안에 나란히 깃들 수 있는 가치임을 인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편인 동양화가 김병종과 만나 함께 귀가하기로 했다는 걸 알고 동석한 사람들이 놀리자 손을 내저으며 수줍어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고인은 2013년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에서 "작업실 책상 위 달력 여백엔 내가 펜으로 적어놓은 문장이 하나 있다.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를 파괴한다"라고 작가의 말을 남겼다.

정이현은 "쓰기에 몰두하는 삶이 작가의 건강을 파괴했을지라도 소설을 쓸 수 있어 그의 생애는 풍요로웠을 거라고 믿고 싶다"며 "이제 작가 정미경이 남긴 소설들이 어떤 수식에도 갇히지 않기를, 보다 멀리 날아가 다층적으로 읽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했다.

정미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미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설가 정지아(52)는 '저 깊은 다정과 치열'이라는 제목의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 대학시절 연애를 시작해 예술세계를 공유하는 동반자가 된 고인과 남편에 대해 "두 사람 주변에 세상의 어떤 검으로도 깰 수 없는 사랑의 결계가 쳐져 있는 듯했다. 결혼이라는 하자 많은 제도가 허한 최고의 관계가 아닐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

고인에게서 전북 남원의 시댁 제사를 직접 전부 치렀다는 말을 듣고는 "일상을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 사람인가를. 그리고 내가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범속하다고 치부하는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았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건드리며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즐겨 파헤친 작가였다. "나는 선배만큼 자본주의의 본질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한 작가가 최근의 한국문학에 없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이데올로기가 압도하는 소설은 아니었다. 선배는 이데올로기를 현실의 삶으로 끌어들여 생생한 피와 살을 부여할 줄 아는 작가였다."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9 11: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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