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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 안 팔린다…저장고마다 사과·배 재고 '산더미'

불황·청탁금지법·수입과일 영향…매출 최대 50% 감소, 가격도 작년 절반수준
"선물 아예 끊기고 값싼 수입산만 찾아"…"썩혀 폐기처분할 판" 속타는 농심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사과가 바나나처럼 무르고 푸석푸석해질까 걱정입니다. 계속 안 팔리면 하나둘 썩어 가겠죠"

과수 농가와 유통센터 저장고마다 사과, 배 등 안 팔린 과일이 넘쳐난다.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에 천정까지 빼곡히 쌓인 사과 상자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에 천정까지 빼곡히 쌓인 사과 상자

경기 불황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선물 수요까지 줄면서 과일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대표적 사과 산지인 충북 충주시는 최근 각 읍면동에 공문을 보내 사과 재배 농가의 재고 현황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19일 "사과 재고 물량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며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농가에서는 이맘때면 전년 가을 수확한 사과가 90%가량 출하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재고가 40∼50% 정도 쌓여 있는 것으로 과수 업계는 추정한다.

충주 사과발전회 김상섭 회장은 "집집 저장고마다 사과가 잔뜩 들어 있다"며 "농민들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저장고에 보관 중인 과일은 출하가 늦어질수록 상품성이 떨어진다.

수분 증발로 육질이 안 좋아지고 중량도 줄어든다. 창고에서 장기간 있게 되면 비품율은 더욱 높아진다. 상태가 나빠져 판매가 불가능한 상품이 크게 늘어난다.

저온저장고가 없는 농가는 보관 기간이 더욱 짧아 재고 처리가 더욱 절박하다.

충주 지역의 경우 사과 생산 농가 1천700여 곳 중 저온저장고 보급률이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추위가 물러가고 날이 따뜻해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제값 받기를 포기하고 인근 시장이나 노점상에게 헐값에 떨이로 넘길 수밖에 없다. 생산비도 건지기 힘들다.

사과 가격은 지금도 좋지 않다.

10㎏들이 한 상자에 3만원 정도는 돼야 포장비, 운송비 등을 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현재는 2만원대 초반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브랜드와 품질에 따라 1만5천원 안팎인 상품도 있다.

전통시장 청과점[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통시장 청과점[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원예농협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에도 공판장용 콘티박스 18만개 분량의 사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충주 APC는 대형 할인점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사과를 공급하는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전년 대비 월별 매출이 30%씩 줄었다.

지난 설에도 판매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통 설 대목에는 알이 굵은 대과 상품 5㎏ 한 상자가 2만∼2만5천원 정도에 팔리는데 올해는 반값 수준인 8천∼1만2천원이었다. 그래도 물건이 남아돌았다.

선물용으로 몰려 들어오던 단체 주문도 뚝 끊겼다.

매년 설에 2억원 이상의 물량을 택배로 보냈지만 올해 매출은 1억원에도 못 미쳤다.

APC는 자체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콘티박스 3만∼4만개 물량을 추가 수매하기로 했다. 재고 물량 처리에 속앓이를 하는 농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과일 판매 부진은 농협중앙회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의 올해 설 특판 실적을 보면, 과일 판매 금액은 303억원으로 지난해 설의 375억원보다 19.2% 감소했다.

품목별 감소 폭은 사과 17.4%(22억원), 배 20%(14억원), 감 26.4%(2억2천만원) 등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친환경 과일 판매는 41억원에서 20억원으로 51.2%나 줄었다.

과일 수요 감소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심리 위축과 함께 장기적인 경기 침체, 외국산 과일 수입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5만원 이상의 선물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 연관성 규정 등을 의식해 아예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또 경기 불황 때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먹거리 가운데 선택 품목인 과일 소비를 먼저 줄이는 경우가 많다.

오렌지, 바나나 등 비교적 값싸고 당도가 높은 외국산 과일이 국산 과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혈을 감수하고 할인 판매를 해도 재고 처리가 안 되는 물품은 가공용으로 돌리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결국 폐기 처분된다.

국내산 과일은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칠레나 중국산 과일 농축액에 밀려 가공용 재료 시장에서도 힘을 못 쓴다.

충주 APC 관계자는 "수입시장 확대로 농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값도 안 비싼 국산 농산물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농업과 원예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9 07: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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