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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희망은 바닥에서 움튼다'…연극 '밑바닥에서' [통통영상]

(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꿈과 희망이 없는 절망이 낯설지 않은 이들이 있다. 찬 기온이 돌면 신문지 몇 장에 몸뚱이를 의지한 채 스산한 입김을 내뱉고, "어디서 누가 얼어 죽었네"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도 그다지 동요함은 없다. 거리에 부랑자라 불리는 이들은 당장의 끼니 걱정뿐 내일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비루한 인간의 군상을 그린 연극 '밑바닥에서'가 지난 9일 무대에 올랐다. 배우 김수로가 연출을 맡은 작품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리뷰] '희망은 바닥에서 움튼다'…연극 '밑바닥에서' [통통영상] - 2

작품은 하수구같이 더럽고 어두운 지하 여인숙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다양한 계층 출신의 부랑자가 뒤엉켜 사는 여인숙은 늘 요란스럽다. 순간의 실수로 지식인에서 노름꾼이 된 '싸친', 알코올 중독으로 나락에 떨어진 '배우'는 이른 아침부터 술에 취해있다. 몰락한 귀족 '남작'은 책을 읽는 창녀 '나스짜'를 골나게 하고, 나스짜는 그런 남작을 조롱한다.

[리뷰] '희망은 바닥에서 움튼다'…연극 '밑바닥에서' [통통영상] - 3

한편에서는 폐병을 앓고 있는 '안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그런 아내가 귀찮은 열쇠 수리공 '끌레시치'는 무표정한 얼굴로 일에만 몰두한다. 죽어가는 안나 앞에서 집세를 올려받겠다며 엄포를 놓는 여인숙 주인 '꼬스트일로프'는 비정하기만 하다.

[리뷰] '희망은 바닥에서 움튼다'…연극 '밑바닥에서' [통통영상] - 4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 '루까'가 여인숙에 찾아와 이들의 삶을 뒤흔든다. 루까는 술에 빠진 배우에게 병을 고칠 수 있다며 희망을 주고, 죽음 앞에서 애원하는 안나와 밑바닥 인생에서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속삭인다. 그러나 밑바닥 인생들은 그곳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이들은 루까마저 사라지자 잔인한 결말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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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고전을 바탕으로 한 걸작이 선보였다. 작품은 처절하고 음습한 분위기 속에서도 잔잔하고 따뜻한 여운을 준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이웃과 더불어 웃을 일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삶이 우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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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의 비극적인 결말은 애석하고 비통하다. 단 한 순간도 배불리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안나는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고, 또다시 희망을 잃어버린 배우는 스스로 목을 맨다. 절망 속에서 얻은 희망을 또다시 박탈당했을 때 느끼는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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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잃은 인간은 여과 없이 본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병든 아내를 거리에 버려두기도 하고, 알량한 욕심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밑바닥 인생에 긍지와 양심은 따윈 필요 없다'는 이들에게 긍지와 양심은 그저 가식과 허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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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음습한 무대와 잔잔한 바이올린 연주곡은 작품의 비극 미를 더한다. 소극장 무대에서 16명의 배우가 펼치는 연기는 숨소리마저 관객을 압도하고, 이따금 전해지는 재치있고 유쾌한 배우들의 입담은 비루함 속에서도 행복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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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른바 '바닥'을 치는 절망을 빠져들 수 있다. 바닥은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의미를 전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바닥은 다시 일어설 의지가 있는 이에겐 새로운 희망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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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노인 '루까' 역에는 배우 강성진과 정상훈이 출연한다. 지하 여인숙 사람들로 김수로, 김동현, 김결, 김정환, 정익한, 장한얼, 류지완, 김주연, 정영주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3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7 11: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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