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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스탠딩 오더"…국정원장이 밝힌 김정남 암살 전모(종합)

송고시간2017-02-15 17:57

"北정찰총국, 5년전부터 치밀하게 준비…女공작원 2인조 도주중"

김정남 "도망갈 길 자살뿐" 구명편지…"김정은 편집광적 성격 탓"

김한솔 등 후처 가족은 마카오 거주…중국서 보호중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국정원장이 밝힌 김정남 암살 전모(종합) - 1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류미나 박수윤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이번 암살이 5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으며,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암살 용의자는 젊은 여성 두 명으로 사건 직후 도주했으나 아직 말레이시아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마카오 등에 거주 중인 유족들은 중국에서 신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이 원장의 정보위 보고를 토대로 재구성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전모.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국정원장이 밝힌 김정남 암살 전모(종합) - 1

◇ 줄서서 비행기 기다리는데…女2인조 도주중 = 사건이 벌어진 것은 현지시간 13일 오전 9시께 말레이시아 공항(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김정남이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줄을 서고 있을 때 2명의 젊은 여성이 그에게 접근했다.

국정원은 이들을 '아시아계 여성'이라고만 표현하고 북한 공작원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들은 전형적인 북한 공작원들의 수법이라는 이유로 '북한인'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한 이후 김정남은 공항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항으로부터 30여분 거리에 있는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한 여성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은 공항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용의자인 두 여성은 공항에서 곧바로 같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들을 쫓고 있으며, 아직 탈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원장은 밝혔다.

여성 2인조가 이미 숨졌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으나, 정보위의 한 관계자는 "사망설은 낭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들 여성이 김정남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신원과 사망원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독극물 테러'에 의한 사망이 유력 원인으로 추정된다. 잠깐의 접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독극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국정원장이 밝힌 김정남 암살 전모(종합) - 2

스프레이, 주사기, 독침 등 여러가지 무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는 부검을 통해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은 동양인 여성 2명이 다가와 주사기인지 스프레이인지로 (접촉)한 뒤에 쓰러졌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부검은 가족들의 입회 없이 경찰이 진행한다.

북한 측이 시신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카오에서 함께 살던 유족에게 시신이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보위는 밝혔다.

평소 수시로 말레이시아를 드나들던 김정남은 이번에는 관광 목적으로 '김철'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갖고 방문했다고 한다.

김정남이 저비용항공사(LCC) 전용 터미널에서 살해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기된 '돈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선 "돈은 많다. 시간상 LCC를 이용했을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국정원이 사건 하루 뒤까지도 암살 사건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구체적인 신원까지는 몰라도 '46세의 북한 인물이 공항에서 피살됐다'는 정보는 서너 시간 후부터 알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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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갈 길은 자살 뿐"…구명편지 보냈는데도 집요한 암살 시도 =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2년 초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고, 김정남은 같은 해 4월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다.

김정남은 '응징명령 취소 선처 요망'이라는 서신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저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알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서신에는 "권력에 전혀 욕심이 없다"고 해명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은 지속적으로 암살 기회를 엿보면서 오랫동안 준비해오다 5년 만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정찰총국이 중심이 돼 암살을 준비하고 실행한 것으로 추정한다. 해외에서 펼쳐진 비밀 작전은 보통 정찰총국이 실행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한, 김정은이 지시한 중요 작전이라는 점에서 여러 기관이 가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국정원장이 밝힌 김정남 암살 전모(종합) - 3

◇ 왜 죽였나…"통치 위협 아니라 김정은의 사이코패스적 성격 탓" = 국제 여론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은 그가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위협이라서가 아니라 김정은 개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고 하는 계산적 행동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이 원장은 또 "김정은으로서는 얻는 게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암살을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성격 때문"이라면서 '사이코패스적 성격으로 볼 수 있나'는 질의에 "그런 것 같다. 싫어서 죽은 게 아닌가 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대신 옹립하려는 시도는 없었고, 김정남에 대한 지지세력이 형성돼 있지도 않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망명 시도가 암살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는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김정남의 망명 시도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북한이 지난 12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튿날 김정남 암살까지 단행해 더욱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암살의 타이밍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오랜 준비 끝에 '스탠딩 오더'를 집행한 것이지 미사일 발사일과 연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보위의 한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부터 암살까지 일련의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에 이 원장도 단호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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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등 후처 가족은 마카오 거주…중국서 보호중 =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은 중국 베이징에, 후처와 1남1녀는 마카오에 각각 거주 중인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김일성 일가의 '장손'인 김한솔은 후처 소생이어서 마카오에 거주 중이다. 베이징과 마카오의 두 가족은 모두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중국은 가족뿐만 아니라 김정남 본인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신변보호를 하고 있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이 '눈엣가시'인 다른 친족도 암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김정철의 경우 김정은의 동복(同腹) 형이고, 숙부인 김평일은 오래 전 핵심에서 멀어졌다는 이유 등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보위 관계자는 "김정철은 쉽게 말해 양녕대군"이라면서 "영국의 오페라장에서 담배를 피우려다 제지당하니까 화장실에 가서 피우고, 에릭 클랩튼에 심취하고 하는 것들을 보면 철저하게 비정치적"이라고 전했다.

친족 외에 국내에 있는 탈북 요인들에 대해서도 암살 시도에 대비해 경찰이 경호를 강화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경우 이미 경찰이 24시간 경호를 하고 있으며, 이 사건 후 경호 인력을 더욱 늘렸다고 밝혔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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