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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어내도 떼어내도' 금방 또 내거는 불법 현수막

송고시간2017-02-14 07:32

분양대행사 광고가 대부분…작년 수원만 40만4천건 단속

계약 한건이면 수수료 수백만원…"과태료가 대수냐" 불법 판쳐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는 일은 한마디로 '다람쥐 쳇바퀴'와도 같은 겁니다"

경기 수원시 광고물팀의 이모 주무관은 불법 광고물을 다는 사람과 단속하는 공무원과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 왕래가 잦은 도심 주요 사거리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다.

판치는 불법 현수막
판치는 불법 현수막

(수원=연합뉴스) = 경기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광고물이 판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불법 유동 광고물, 즉 현수막이나 벽보, 전단 수거량은 2천554만 장에 달한다. 2015년 한해 수거량인 1천654만 장보다 1천만 장 가까이 늘어난 양이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부출장소 직원들이 수거한 불법 현수막을 쌓아두고 있다. 2017.1.13 [화성시 동부출장소 제공 = 연합뉴스]
kyh@yna.co.kr

수원시를 비롯한 모든 지자체가 전단팀까지 꾸려 불법 현수막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아무리 떼어내도 그 자리에는 늘 불법 현수막이 붙어 있다. 왜 그럴까?

수원의 광교사거리, 박지성로 삼거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거리, 곡반정동 권곡사거리, 비행장사거리는 불법 현수막이 가장 많이 붙는 곳이다.

불법 현수막을 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명소지만, 이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는 피곤하기 이를 데 없는 기피지역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원지역 4개 구청에서는 총 40만4천 건의 불법 현수막을 단속했다.

2억5천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17억7천900만원을 징수했다.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는 전담인력으로 기간제 공무원 5명과 정비용역업체 22명이 발로 뛰어 얻은 성과다.

2015년에도 16억7천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단속공무원과 용역업체가 일주일에 6일 이상 매일 같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불법 현수막을 떼어내도 금방 또다시 현수막이 붙는다.

시에서 단속되는 불법 현수막의 99%는 분양 광고물이다.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분양대행사나 주택조합이 주범이다.

예전에는 2∼3명이 조를 이뤄 트럭을 타고 다니며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 현수막을 걸곤 했지만, 지금은 '1인 자가용'으로 수법이 바뀌었다.

불법 현수막이라는 티도 전혀 나지 않고, 단속팀에 걸리더라도 신속하게 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사에서 현수막 게시 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일정한 구역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단속공무원이 나타나 현수막을 떼고 지나가면 금방 똑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단다.

현수막을 떼어 간 공무원들이 1시간여 뒤 다시 같은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볼 때면 다리에 힘이 쫙 빠진다고 한다.

공무원의 단속업무가 끝난 야간 동안에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오전 단속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분양대행사가 스스로 떼는 경우도 있다.

5m 길이의 아파트 분양광고의 경우 공무원에게 적발되면 22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과태료는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단속과 과태료에도 불구하고 분양대행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가득 쌓인 현수막
가득 쌓인 현수막

(수원=연합뉴스) = 경기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광고물이 판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불법 유동 광고물, 즉 현수막이나 벽보, 전단 수거량은 2천554만 장에 달한다. 2015년 한해 수거량인 1천654만 장보다 1천만 장 가까이 늘어난 양이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부출장소 직원들이 수거한 불법 현수막을 쌓아두고 있다. 2017.1.13 [화성시 동부출장소 제공 = 연합뉴스]
kyh@yna.co.kr

분양광고를 보고 연락한 고객과 아파트 계약을 체결하면 건당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으므로 과태료를 물더라도 불법 현수막을 내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원의 영통에서 만난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한 건만 잘하면 삼, 사백만원을 벌 수 있는데 그깟 과태료가 문제냐"면서 "우리에게는 현수막을 통한 광고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 어쩔 수 없다"고말했다.

단속공무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법 현수막 단속업무에 답답하기만 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아무리 떼어내도 금방 또다시 달리는 현수막을 보면 정말 일할 맛이 안난다"면서 "이런 사정도 모르고 시민들이 '왜 불법 현수막을 떼지 않느냐, 공무원들은 일을 안하느냐'고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불법 현수막에 달린 끈에 걸려 넘어진 한 시민이 수원시와 현수막 게시자를 상대로 690만원을 보상하라는 손해배상소송까지 당했지만, 다행히 시가 지속해서 해온 단속업무를 인정받아 배상책임은 면하는 일도 있었다.

무한궤도처럼 반복되는 꼬리물기 단속에 지친 일부 지자체들이 묘안을 짜내고 있다.

서울 중구, 경기 동두천시, 충북 청주시, 포항시, 인천시 등이 불법 광고물을 떼어 오면 한 장당 1천원에서 3천원을 주는 불법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 중이다.

청주시는 지난해 수거보상제를 통해 3천700만장의 불법 광고물을 수거했다. 수거해 온 노인 1만2천여명은 총 9억3천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수원시는 시민공모를 통해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묘안을 찾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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