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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백신? 항체조사 부실?…구제역 확산 속 백신 불신 '팽배'(종합)

농가당 16마리만 표본조사해 항체 형성률 매겨…기준치 충족 소 감염 '허점'
당국 "구제역 소 높은 항체율, 바이러스에 의한 일시적 현상…물백신 아냐"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정빛나 기자 = 정부가 구제역 차단을 위해 꺼내 든 '백신 정책'이 올겨울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법적 항체 형성 기준을 충족하는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 더는 백신 접종이나 당국의 항체 형성률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일단 원칙대로 백신 접종을 한 경우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여주기식' 항체 조사 방식이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농가들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구제역 감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운'에 맡겨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물백신? 항체조사 부실?…구제역 확산 속 백신 불신 '팽배'(종합) - 1

◇ 항체 형성률 90%인데도 구제역?…'물백신' 논란 진실은

1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항체 형성률이란 검사 대상 소나 돼지 가운데 혈액 속에 항체가 있는 개체 수의 비중을 백분율로 환산해 나타낸 수치를 의미한다.

항체는 체내에 침입한 외부 자극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면역 단백질이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연 생성(NSP 항체)되거나, 백신 접종 시 주입되는 인위적인 자극에 의해 생성(SP 항체)될 수 있다.

소의 경우 'O형'과 'A형' 구제역을 동시에 예방하는 'O+A형'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므로, 구제역 발생 전 항체 검사를 했을 때는 'O형'과 'A형'의 항체 형성률이 거의 같게 된다.

하지만 구제역에 걸리게 되면 'A형'이든, 'O형'이든 간에 둘 중 한 가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 항체까지 더해져 항체 형성률에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가령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연천의 경우 검사 결과 'A형' 항체 형성률이 90%로 확인된 반면, 'O형'은 52.3%로 차이가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체가 형성되려면 5∼7일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천의 경우 구제역 감염 전 백신 접종에 의한 항체 형성률이 법적 기준치(80%)보다 크게 낮은 52%대에 불과했고, 당국이 항체 형성률을 검사했을 때는 이미 바이러스가 유입된 지 최소 5일이 지난 뒤여서 항체 형성률도 높아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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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백신 효능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구제역 바이러스는 특성상 유전자 변이가 심해 100% 일치하는 사례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상동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고 유전자 특성과 백신 종류 등을 결정한다.

이번에 국내에서 검출된 'O형' 구제역 바이러스는 2015년 방글라데시와 작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O형' 바이러스와 99.4%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바이러스와 흡사한 방글라데시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백신균주와 매칭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천에서 발생한 'A형' 바이러스 역시 지난해 베트남, 미얀마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각각 99.8%, 99.7%의 상동성을 보였고, 세계표준연구소 자료상 기존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근거를 들어 농식품부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백신을 매뉴얼대로 접종했을 경우,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접 백신 적합성을 실험해 결과를 얻으려면 1∼2달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에 나온 문헌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백신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구제역 관련 권위 있는 세계표준연구소 자료상에 적합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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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본조사 오류'에 빠진 정부…"구제역 접종해도 100% 못 막아"

하지만 항체 형성률 조사 방식이 모든 가축의 항체 형성 여부를 일일이 따지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여서, '통계의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 지난 11일 전국에서 5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한우 사육농장의 경우 구제역 발생 전 이뤄진 일제 조사에서 항체 형성률이 87.5%로 나왔다. 법적 기준치 80%를 웃도는 수치다.

그런데도 며칠 뒤 이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는 항체 형성률을 산출하는 조사 방법에 있다.

방역 당국은 항체 형성률을 조사할 때 통상 농가당 16마리의 소를 무작위로 뽑아 검사한다.

송현리 한우농장 역시 전체 68마리 중 16마리를 조사해 14마리에서 항체가 확인돼 87.5%라는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표본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52마리의 소들은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체 형성 여부를 알 수 없다.

결국 조사 한계에 대한 고민 없이 '항체 형성률 80% 이상'이라는 통계만 맹신하다 구멍이 뚫리는 방역의 구조적 허점을 안고 왔던 셈이다.

방역 당국도 표본 오차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항체 표본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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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분석대로라면 송현리 한우농장의 살처분 된 소 역시 실제 항체 형성률은 60∼70%가 아닌 20∼30% 정도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백신의 효과를 의심하는 일부의 '물 백신' 논란보다는 백신 관리 부주의나 접종 미숙 등 여러 변수로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일부 소에게서 발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분석이다.

그러나 '물 백신' 논란과 관련한 당국의 이런 해명에도 백신 접종이 구제역을 100% 막을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라는 비판은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항체 형성률에만 집착한 정부의 방역 정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 축산농가 관계자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백신 접종과 소독을 했는데도 구제역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한다"며 "정부가 살처분 보상 때문에 숫자 산출에만 매달린 게 아닌지 이번 기회에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을 맹신한 나머지 차단방역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독감 백신을 맞더라도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있듯,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1∼2마리가 걸리는 사례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교과서대로 할 경우 웬만하면 막을 수 있으므로 철저히 접종하되, 소독 등 차단방역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4 09: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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