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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상법개정안 통과땐 해외투기자본 '놀이터' 전락"

보도자료 통해 5대 쟁점 반박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한국경제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제민주화 달성보다 한국이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상법 개정은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경연은 12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도자료를 내고 2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이 커진 상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은 ▲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등이 골자다.

먼저 한경연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내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임토록 하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도 의결권을 3%로 제한토록 했다.

현행 일괄 선임제도보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효과가 강화된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3% 제한을 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서도 자식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과거 소버린과 SK 경영권 분쟁 당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이 지분을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게 하고 모든 의결권을 행사한 반면 SK 최대주주는 의결권 행사를 3%밖에 할 수 없었던 사례를 제시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데 분리선임을 강제해 이런 제한을 더 강화하려는 개정안은 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주식회사 제도 본질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TV 캡처]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한국이 '해외 기업사냥꾼의 놀이터'로 전락할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이사선임 방식으로 1998년 도입됐으나, 집중투표제를 원치 않는 기업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둬왔다.

이번 개정안은 원천적으로 이런 배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한경연은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개정안처럼 의무화하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뿐"이라며 "미국도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자 대부분 임의 규정으로 전환했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 투기펀드들에 의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경연은 지금도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강력한 형태의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하면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소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부분 국가는 다중대표소송 인정 여부를 법원 해석에 맡긴다. 이 경우에도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가 경제적 동일체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개정안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50%만 보유해도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경연은 "이 제도는 특히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75%를 넘는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그룹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는 것은 회사의 법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경연은 우리사주 조합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는 것은 "특정 집단에 속하는 주주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회사법의 기본 원칙인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소수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가 현격히 증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에서 실제 전자투표로 행사된 주식 비율은 1%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석훈 실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은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를 도입해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만 부추기고 있다"며 "대주주 견제는 상법 개정보다 개별 기업의 기존 내부통제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표1> 다른 나라 경영권 안정화 장치 도입사례

국가 사례
덴마크 2009년, (주식 수):(의결권 수)비율이 1:10 이상 벌어지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금지하는 상법규정을 개정해 개별 회사가 자유롭게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함
프랑스 2014년, 상장회사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자동으로 1주당 2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
미국 2005년 신규 상장하는 기업의 1%만이 차등의결권을 발행했는데 2014년에는 12%, 2015년에는 15%로 상승
이탈리아 2014년, 국민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네덜란드로 이전 한 후 바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도입

<표2> 상법 개정안 내용과 한경연이 지적하는 문제점

개정안 개념 및 취지 문제점
감사위원
분리 선출
‣ 개념: 이사 선임 단계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분리 선출해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 취지: 감사위원을 '감사'로 보아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 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으며, 외국계 헤지펀드가 지분 분산·규합 시 경영권 장악 가능
집중투표제 의무화 ‣ 개념: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표를 갖게 해 집중 또는 분산하여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현행 정관으로 배제 가능)
‣ 목표: 정관으로 배제 못하게 해 이사선임 시 소수주주 권리 강화
‣ 투기세력의 이사회 장악 문제 외에 이사의 당파적 행동, 사익추구로 제2, 3 대주주만 이익을 얻고 경영효율성 저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
다중대표소송 도입 ‣ 개념: 모회사 주식 1%(상장사 0.01%) 보유 주주 자회사 이사 소제기 가능
‣ 목표: 자회사 손해가 모회사로 이어질 경우 모회사 손해를 줄임
‣ 모회사가 자회사를 간섭하게 하는 제도로, 도입 시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주주에 비해 적은 지분으로도 소제기 가능
사외이사
선임규제 강화
‣ 개념: 사외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 참여를 제한하고, 사외이사 결격요건을 강화하고, 우리사주조합·소액주주 추천 각 1인을 의무 선임
‣ 목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 최대주주만 선임에 제약을 받아 투기세력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이사회 구성에 제약이 많아져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
전자투표제 의무화 ‣ 개념: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을 강제
‣ 목표: 전자투표 행사율 제고
‣ 주주총회를 형해화할 수 있으며, 오류·조작·악용 가능성이 있고, 고령·저학력 주주는 이용이 어려울 수 있으며, 기업 비용이 증가함

yjkim8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2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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