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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한국 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현행 미국 '교역촉진법'상 해당하지 않아 확률 작아
미국이 법 개정 등 '강수' 둘 가능성은 예의주시해야
[그래픽]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현황
[그래픽]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미국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이 이른바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에 금융·외환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kmto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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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이 이른바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에 금융·외환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나라가 미국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낮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직 한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행 미국 법률을 따져봐도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 재무부는 작년 4월과 10월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조작에 관한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했다.

미국이 2015년 제정한 교역촉진법(베넷-해치-카퍼법·BHC법)에는 환율조작국과 비슷한 개념으로 인식되는 '심층분석대상국' 요건이 명시됐다.

원·달러 환율[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달러 환율[연합뉴스 자료사진]2017년 2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한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초과의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2가지 조건은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컸을 때 달러화 매수 또는 매도로 양방향에서 미세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올해 4월 미국 재무부의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약 7% 수준이고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200억 달러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초에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 등으로 1,200원대로 급등했다가 9월에는 1,100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외환 당국이 원화 약세를 유도하려고 달러화 매수에 크게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中·日·獨은 환율조작국"
트럼프 "中·日·獨은 환율조작국"(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약사 임원들과 회의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대국의 통화 가치를 줄줄이 문제 삼으며 이들 국가가 환율조작국이라고 맹비난했다.
ymarshal@yna.co.kr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 meeting with pharmaceutical industry leaders in the Roosevel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Tuesday, Jan. 31, 2017. (AP Photo/Evan Vucci)

일각에서는 미국이 구법(舊法)인 종합무역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1988년 만들어진 종합무역법은 환율조작국 요건으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와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부기준이 없다.

더구나 종합무역법은 환율조작국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컸기 때문에 미국이 이 법을 다시 꺼내 들 공산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는 1988∼1989년 3차례 환율조작국에 지정된 적이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

현재 심층분석대상국이나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환율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에 불똥이 튀는 경우다.

미국이 강경한 환율 정책을 구사하려고 교역촉진법이나 종합무역법을 개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역촉진법에서 심층분석대상국의 외환시장 개입 요건을 바꿀 경우 한국이 포함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정 요건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에서 환율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작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인 만큼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미국이 중국, 일본 등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는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심층분석대상국이 되더라도 당장 실물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환율 문제를 놓고 미국과 1년간 협의할 수 있고 협의 후에도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이 시정조치에 나설 수 있다.

시정조치에는 ▲ 미국의 대외원조 자금지원 금지 ▲ 미국 정부와 조달계약 금지 ▲ 국제통화기금(IMF)에 협의 요청 등이 포함된다.

금융·외환시장은 미국의 환율 압박에 민감하게 반응할 개연성이 크다.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중국만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될 경우에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noj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12 0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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