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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기조 '리세팅'…대중-대중동정책 급선회

송고시간2017-02-11 00:47

'하나의 중국' 존중하고 일방적 '親이스라엘' 중동전략에도 변화

나토 지지 공개 표명…정책입안 과정서 '현실' 직시 분석

'反이민 행정명령' 등 국내 이슈엔 여전히 '완강'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 기조' 리세팅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대(對)중국, 대중동정책을 비롯한 핵심 외교 현안과 관련해 이전과는 다른 확연한 노선 변경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틀과 질서를 의도적으로 깨고 무시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전략적 존중'으로 방향을 튼 형국이다.

취임 20여 일 만에 드러난 입장 변화다. 대선후보, 당선인 시절과 달리 대통령이 된 후 정책을 구체적으로 입안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중동,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련 기조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의사를 밝혔다. 시 주석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를 표시한 것이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필요할 경우 폐기할 수도 있다는 기존의 입장과 180도 달라진 것으로, 양국 간에 무역과 북핵 문제 등 대치 전선이 많긴 하지만 최소한 지난 40여 년 간 지속해 온 대중정책의 근간은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기치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이후로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금기를 깬 전화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데 이어 같은 달 11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는 노골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 카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그는 당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 무역 문제를 포함해 다른 사안들과 관련한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 대형 요새(인공섬)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서도 우리를 전혀 안 도와준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는 등을 말을 쏟아냈다.

중동전략에도 획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는 물론이고 대선 승리 후 정권 인수 기간에도 미국이 유지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을 부정하고 노골적으로 친(親)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왔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미국 대사관을 현재의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대놓고 지지하는 등 '이스라엘 편들기'로 일관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사관 이전 계획을 연기하고, 또 이스라엘 측에 일방적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등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입장도 고려한 조치다. 동예루살렘을 장래 독립국의 수도로 삼으려는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다.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달 초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새 정착촌 건설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 정착 노력에 방해된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공식 촉구했다"고 전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2국가 해법을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9일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역내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전통적 아랍 우방국들의 협력과 조언을 토대로 '이-팔 평화협상' 타결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으로, 이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세력 확장에 맞서 이스라엘이 '수니파' 국가들과 사실상 공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의 살만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여러 아랍 지도자들과 전화로 중동평화 구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 지도자들은 현재 백악관 측에 아랍권의 협조를 원한다면 도발적인 친이스라엘 조치들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도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방의 안보축인 나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크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를 진부하다고 비판하면서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을 경우 나토 회원국이라도 방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으나, 지난 6일 미군 중부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나토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인 5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오는 5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런 주요 외교 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와 달리 국내 정책과 관련해선 여전히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1심 법원에 이어 항소법원까지 제동을 걸었음에도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州)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이 9일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막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복원시켜 달라는 미 연방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리자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에서는 "(대법원) 법정에서 보자. 우리나라의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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