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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멜 깁슨의 독특한 영웅관…'핵소 고지' [통통영상]

송고시간2017-02-10 16:42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멜 깁슨이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신작 '핵소 고지'는 상당한 인고 끝에 빛을 본 작품입니다.

영화는 1945년 5월 5일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다는 핵소 고지 전투에 참전해 총·칼 한 자루 없이 동료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한 실존 인물 '데스몬드 도스'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비폭력·비무장주의를 평생 지지했고 유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도 이를 지켰습니다.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수십 년간 밀려들었지만, 도스는 모두 거절하고 '잊혀진 영웅'의 길을 택했습니다. 핵소 고지 제작 준비에 16년을 매달린 프로듀서 데이비드 퍼멋과 빌 메카닉은 도스의 임종 몇 년 전에야 가까스로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스는 끝내 그의 전기를 보지 못하고 향년 87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 전쟁의 참혹함이 주는 교훈은 '핵소 고지'와 함께 영원히 은막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영화는 시작부터 굉음과 화염, 각종 폭발물에 불타는 장면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덧없음을 관객에게 선공개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해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의 유년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각종 성장통을 거쳐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도스는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삶의 중요한 이정표로 삼게 됩니다. 이는 차후 백의의 천사 '도로시'(테레사 팔머)와 사랑에 빠지는 인연의 고리가 됩니다.

일본의 진주만 침공과 함께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 도스도 자신의 의료지식으로 조국을 지키고자 의무병으로 자원입대합니다. 군 관계자의 초기 설명과 달리 집총 훈련을 강요받게 된 도스는 군사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끝내 도스가 비폭력주의 신념을 꺾지 않자 군 상부는 그를 비무장 상태로 오키나와 전투 최전선에 투입하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인 오키나와 전투는 당시 미군 2,500여 명과 오키나와 섬의 인구 4분의 1이 사망할 정도로 참혹한 전투였지만, 그 장소인 핵소 고지는 영화에 나온 것보다도 훨씬 작고 소박한 고지라고 합니다. 영화 속의 고지는 좀 더 드라마틱한 영상미를 위해 호주에서 촬영됐습니다.

'핵소 고지' [판씨네마 제공]

'핵소 고지' [판씨네마 제공]

핵소 고지의 연출자로 멜 깁슨이 최종 낙점된 배경에는 '브레이브하트', '아포칼립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 예술성과 함께 독특한 영웅관이 드러난 그의 필모그라피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깁슨이 연출한 13세기 스코틀랜드 영웅전기 브레이브하트는 아카데미에 무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5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아포칼립토는 마야문명 영웅의 이야기를 현지어로 풀어내 이국적인 기괴함을 극대화한 인상적인 실험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핵소 고지 역시 이제껏 상남자 히어로만을 연출하거나 연기한 깁슨의 영웅물 중 가장 유순한 영웅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도전일 것입니다.

이렇듯 그의 영웅물들은 영국, 중앙아메리카, 일본 등 전혀 다른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되도록 '실제로' 하는 깁슨식 연출 스타일은 공통적입니다.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특히 핵소 고지 연출 중 그는 1940년대 전투의 야성적인 질감을 살리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대신 손이 많이 가는 특수효과와 스턴트 신을 풍부하게 넣었습니다. 특수효과감독 크리스 고드프리에 따르면 깁슨은 모든 제작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했는데 만족스럽지 않으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직접 시범을 보일 만큼 영상미를 중요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전투장면 중간중간 나오는 배낭폭탄 신과 화염 방사기 신은 고전적이면서도 생생한 현장감이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보다 강한 임팩트를 줍니다. 아울러 시신인지 흙인지 헛갈릴 정도로 짓뭉개진 붉은 진흙, 마네킹 같으면서도 오히려 그래서 더 송장 같은 시신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 광경에서 관객은 이 상황을 뒤집을 영웅의 출현에 더욱 목말라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도스의 영웅담은 더 진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2월 22일 개봉.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핵소 리지' [판씨네마 제공]

jw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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