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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찰, 대한문 앞 집회 과도하게 제한…위자료 줘라"

송고시간2017-02-10 10:06

시민단체 관계자, 국가·경찰관 상대 소송 2심서 일부 승소

"직무집행법상 허용 범위 넘어…반드시 필요한 경우 아니면 장소 제한 안 돼"

진입시도하는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
진입시도하는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013년 6월 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화단 앞으로 진입하고 있다. 경찰은 기자회견이 불법 폭력집회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 중구청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임시 분향소를 철거했다. 2013.6.10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시민단체 관계자와 쌍용차 해고자 등이 경찰의 불법 행위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국가와 경찰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를 일부 지급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김기영 부장판사)는 강모씨 등 6명이 정부와 최모 전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국가와 최 전 과장이 2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찰관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 건 이례적이다.

강씨 등 4명은 2013년 5월 29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꽃보다 집회'를 준비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 문화제 성격의 행사였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대한문 화단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병력을 일렬로 세워 화단을 에워쌌다. 이를 두고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집회 장소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며 충돌했다. 2시간 가까이 대치가 이어지면서 집회는 결국 무산됐다.

강씨 등은 "경찰 방해로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1인당 4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씨 등 2명도 "경찰이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해 임시분향소 강제철거 규탄 기자회견을 방해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1심은 당시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강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경찰이 집회를 방해한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 주최측은 집회 준비과정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려고 화단 안으로 잠시 들어간 것일 뿐, 화단을 훼손하기 위한 조직적인 준비나 시도를 한 사실이 없다"며 "경찰 주장처럼 중대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긴급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며 "경찰 등 공권력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 장소를 제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 전 과장에 대해선 "집회 현장의 경찰 책임자로서 집회 자유 보장에 대한 법리를 충분히 숙지할 직무상 무거운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전 과장은 단순히 법령의 해석이나 현장의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게 아니라 직무 집행을 하면서 약간의 주의만 했더라도 쉽게 위법한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거의 고의에 가깝게 현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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