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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 탄핵의 역설…'그리스 이순신'도 희생

송고시간2017-02-12 14:00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미르, K스포츠 재단 설립 등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파면 위기에 놓였다.

권력 남용 견제장치인 탄핵제도의 뿌리는 기원전 487년 아테네에서 시행한 도편추방제다.

아테네 시민들이 독재 가능성 큰 권력자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도편)에 써넣는 방법으로 투표하는 제도다.

6천개 넘게 이름이 적히면 투표일로부터 열흘 안에 추방돼 10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숨은 역사 2㎝] 탄핵의 역설…'그리스 이순신'도 희생 - 1

독재 방지 목적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정적 제거 수단으로 변질한 탓에 단명으로 끝났다.

세계 4대 해전에 포함되는 살라미스해전 영웅인 테미스토클레스도 도편추방제의 희생자다.

그는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협에서 페르시아 전함 1천237척에 맞서 고작 330척을 이끌고 완승을 거뒀다.

임진왜란 당시 12척으로 왜적 133척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과 비슷한 업적을 남긴 것이다.

종전 후 한동안 테미스토클레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했으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테네 미래는 바다에 있다고 확신한 그는 과감한 해양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해양정책은 스파르타를 자극해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팽배했는데도 테미스토클레스는 아무런 설득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국가 백년대계에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무조건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착각한 탓이다. 본인 명성과 인기를 과신한 것도 오판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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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영웅으로 우뚝 선 테미스토클레스를 시기한 귀족들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적국과 내통했다는 중상모략을 쏟아내 기원전 471년 도편추방제로 그를 국외로 내쫓았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내통했다는 무고로 심한 고문을 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운명도 닮았다.

귀족들이 테미스토클레스에 날 선 공격을 감행한 것은 기득권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살라미스해전 이후 참전 해군들의 정치적 권리 요구가 점차 커졌다.

서민 출신인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귀족 권력은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불안에 떨던 귀족들은 참전 해군 지도자인 테미스토클레스를 없애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도편추방제를 악용했다.

이 전쟁 영웅은 스파르타 등지를 전전하다가 급기야 적성국인 페르시아로 망명했다.

페르시아는 스스로 찾아온 적장을 그리스 참주로 임명해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배려하는 듯했으나 환대에는 꼼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페르시아 왕은 기원전 450년 그가 함대를 이끌고 아테네를 침략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명령을 거부한 채 극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그리스에서 버림받은 몸이지만 조국의 원수는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온몸을 던져 그리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킨 전쟁 영웅은 이렇게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권력 횡포를 막으려고 만든 도편추방제에 민주주의 수호자가 희생되는 역설이 생긴 것이다.

이 제도는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 탓에 시행 70년만인 기원전 417년 결국 폐지됐다.

정치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잘못 운영하면 민주주의에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역사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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