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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헌재, '신속 결정' 강박 떨쳐내야

(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2월 안에는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시중에 무성했던 `2말3초'(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초) 설에서 '2말'은 일단 깨진 셈이다. 그러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3월 13일)에 앞서 재판관 8인 체제에서 최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헌재는 7일 열린 11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측이 신청한 15명 중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건강상 이유로 이날 출석하지 않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일 오후 2시에 소환하기로 했다. 헌재는 "그때도 김 전 실장이 나오지 않으면 증인채택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2일에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22일에는 증인신문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종 변론 이후 헌재는 재판관 평의와 평결을 거쳐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이 과정이 보통 2주 정도 걸린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4월 30일 변론이 끝나고 2주 뒤인 5월 14일 선고가 내려졌다. 이달 22일에서 2주 후면 3월 8일이 된다.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을 닷새 앞둔 수요일인데 주말과 휴일을 빼면 사흘밖에 여유가 없다.

국회의 권성동 소추위원은 이날 "대통령 측 신청 증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채택됐다"면서 "이미 한번 증언한 안종범과 최순실을 다시 채택한 것은 너무 공정성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이어 "이번에 채택된 증인들이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채택된 증거를 취소하고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측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다시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장의 국민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헌재는 국민을 믿고 2월 안에 탄핵을 결정하라"고 말했다. 대선에 도전한다는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헌재가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려면 이달 22일까지 증인 신문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어떤 변수로 인해 심리 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3월 13일 이전'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 전에 평의와 평결 절차만 끝내고 결정문 작성과 선고는 퇴임 후에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늦출 수 있는 기간은 별로 길지 않다. 만약 이 권한대행 퇴임 전에 평결까지 가지 못하면 재판관 7인이 최종 결론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고 그만큼 헌재 결정의 법리적 완결성도 떨어진다. 대법원이 이 권한대행의 후임 지명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헌재가 가능한 한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통령 권한정지에 따른 국정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을 딛고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큰 대의명분도 법치주의에 어긋나면 빛을 잃기 마련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 중차대하고 중차대한 사안이다. 법에 입각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과 마찬가지로 헌재 결정도 철저히 법의 틀 안에서 내려져야 한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1명이 궐위인 것에 비해 2명이 비는 상황은 심리의 완결성을 더 많이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그런 시각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엄격한 법치주의 원칙에서 보면 이는 상당히 위험한 인식일 수도 있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은, 탄핵 인용을 위해 '8분의 6'이 필요한 상황에서 '7분의 6'이 필요한 상황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탄핵 인용이 상당히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의 헌재 재판관 구성에는 이런 민감한 셈법이 숨겨져 있다. 지금 헌재가 심리의 신속성 못지않게 공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이른바 '절차적 정의'가 구현돼야 한다는 말이다. 언제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식의 강박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그게 헌법 수호기관인 헌재의 위상을 지키는 길이다. 헌재가 그런 엄정함을 견지해야, 헌재 앞에서 민심을 선동하는 정치인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07 21: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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