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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인재] ② '오작동 탓'…꺼놓은 '생명줄' 화재경보기

경보기 오작동 신고 매년 증가세…"관리허술·제품불량이 원인"
"경보기 끄는 건 후진적 발상…값보다 성능, 인식개선도 절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화재 시 골든타임 안에 수많은 생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생명줄인 '화재경보기'.

우리나라 대부분 건축물에는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소방설비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시설물이 일상에선 '애물단지'로 취급받기 일쑤다.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화성=연합뉴스) 4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약 1시간 만에 진압됐다. 2017.2.4 [독자 제공=연합뉴스]
xanadu@yna.co.kr

경보기(감지기)가 불이 아닌 열이나 먼지 등을 화재로 오인, 온 건물에 경보음을 울려대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건물 이용객이나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빈번한 오작동은 정작 대피가 필요한 화재 시 대처감각을 무뎌지게 할 뿐만 아니라 일부 건물 관리자들이 감지기(수신기)를 아예 꺼버리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구하는 화재경보기의 철저한 관리 점검과 경보기 알람에 짜증부터 내는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오작동 탓' 아예 꺼놓은 화재경보기

건축물에 사용되는 화재경보기는 크게 열, 연기, 불꽃감지기로 나뉜다.

열감지기는 화재로 발생하는 열을 측정해 주위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또는 일정 상승률 이상이 되면 울린다. 주로 아파트 주거공간이나 사무실 등에 설치돼 있다.

연기감지기는 주위에 일정 농도 이상의 연기가 측정되면 작동하는 원리로 건물 복도나 계단에 주로 설치된다. 적외선이나 자외선으로 불꽃을 직접 측정하는 불꽃감지기는 주로 위험물 제조소나 가스 취급시설 등 위험물 저장 및 처리 시설에 쓰인다.

이들 감지기가 화재를 인지하면 화재수신기로 신호를 보내고, 수신기는 경종(벨)과 스프링클러, 대피 유도등 등 소방설비에 신호를 보내 대피와 진화를 유도한다.

경기소방재난안전본부 관계자 "화재사망사고 대다수가 연기흡입에 의한 질식사다. 시커먼 연기 한 모금만 마셔도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때문에 불이 나면 1분 1초라도 빨리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감지기 역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경보기 오작동으로 소방인력이 오인출동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안전처 국가화재 시스템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438건(전체 화재 9천49건), 2014년 1천537건(9천675건), 2015년 3천174건(전체 1만333건), 2016년 3천733건(1만147건)으로 전체 화재 건수 증가 폭보다 오작동 오인출동 증가 폭이 더 크다.

화재경보기
화재경보기

이런 오작동 사례가 늘자 일부 건물 관리자들은 주민 민원을 핑계로 아예 화재수신기를 꺼놓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4일 불이 난 동탄신도시의 한 주민은 "메타폴리스 같은 초대형 건물에는 수 천 개의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을 텐데, 이들 감지기가 설령 몇 년에 한 번 오작동을 일으킨다 해도 단지 전체로는 날마다 경보가 울리는 셈이 될 것"이라며 "오작동을 거의 완벽하게 없애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경보기를 꺼놓은 현상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경보기 차단은 자칫 대형 참사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동탄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화재나, 2014년 경기 고양 터미널 지하 1층 가스 배관 용접작업 중 난 불로 9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 모두 건물 관리자 측에서 수신기를 꺼놓은 바람에 화를 키우고 말았다.

◇ "허술한 관리도 오작동 사유…경보기 법적 내구연한도 없어"

전문가들은 경보기 오작동의 원인 중 하나로 허술한 관리를 꼽는다.

한국소방시설안전기술원 시험인증부 관계자는 "연기감지기를 예로 들면 감지기 자체가 연기의 종류나 먼지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정기적으로 청소해 먼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화재로 오인한 경보가 자주 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아파트의 경우 사생활 문제 때문에 가정마다 일일이 들어가 감지기를 점검하기 어려워 소방점검업체들도 눈에 보이는 경보기만 점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품 자체가 불량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경보기 제품은 반드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승인 시험과 제품검사를 받은 뒤 승인을 받아 KC(국가통합인증) 마크를 취득해야 한다.

형식승인은 제조업체가 제출한 샘플 중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정해진 시험기준으로 제품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 중 하나라도 오작동이 나면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형식승인 시험에 통과하면 제품 출고 시 소방산업기술원 직원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부작동시험을 해본 뒤 제품이 정상작동하면 최종 승인을 한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에도 불량제품이 나오는 건 일부 양심 불량 업체가 KC를 따내려 시험 조작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의 한 업체는 전국 2천500여곳에 불량 불꽃감지기를 납품했다가 2014년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업체는 화재가 아닌 빛 등에 반응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부작동시험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출력 전원을 24V에서 12V로 의도적으로 낮춰 승인을 받은 뒤 불량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경보기의 법적 내구연한이 없다는 점도 품질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화재경보기
화재경보기

◇ "경보음 불편 민원은 안전 포기" 인식 개선 절실

전문가들은 오작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제품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값싼 제품보단 성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방시설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예를 들어 경보기 승인 기준이 100점 만점에 60점이라면 일부 공사업체는 60점을 간신히 넘긴 저렴한 제품을 고르기도 한다"며 "품질이 좋은 제품은 확실히 오작동 비율이 낮은데도 비싸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보기 오작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건 경기대 행정학과(소방·위기관리 주임) 교수는 "일부의 민원을 의식해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경보기를 꺼놓은 것은 후진적 발상"이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쪽도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대다수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란 걸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경보기 오작동'이란 잘못된 표현이 소방설비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도 지적했다.

백동현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경보기는 설정된 조건에 맞는 환경이 주어지면 벨을 울리게 하는 장치"라며 "때문에 담배 연기나 먼지의 농도가 설정된 값에 도달하면 경보기가 작동하는 건 당연한데도 경보기를 '양치기 소년' 취급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경보기 오작동은 해외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며 "무조건 값싼 경보기를 사용하기보다 경보기와 수신기가 수시로 통신을 주고받아 '비화재보(화재가 아닌데도 벨이 울리는 경우)' 비율을 최소화하는 아날로그식 경보기 등 값이 좀 나가더라도 성능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0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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