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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여권 찾느라 48시간' 두 돌 맞은 생활범죄수사관의 고민

피부에 와 닿는 치안서비스 VS 경찰력 낭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300분을 뒤졌고 48시간 만에.

여권이 든 여행용 가방 하나를 찾기 위해 광주 서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씨름하고, 사건 마무리까지 쏟아부은 시간이다.

지난달 31일 저녁 광주 서부경찰 형사과 사무실에 갓 스무 살을 넘긴 여대생 A씨가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며 찾아왔다.

여행 가방.
여행 가방.[연합뉴스 자료사진]

생애 첫 해외여행길에 나선 A씨는 이날 오후 5시 40분께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행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집 앞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현금으로 요금을 치르고 버스터미널 청사에 들어선 A씨는 여행 가방을 택시 트렁크에 두고 내린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출국 날까지 남은 사흘을 인천에서 보내려 했던 A씨는 다급하게 행선지를 경찰서로 돌렸다.

A씨는 "다른 건 몰라도 여권만큼은 꼭 찾아달라"며 진정서를 써서 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진술한 택시 이동 경로와 시간대를 되짚어가며 거점마다 설치된 CCTV 영상자료 확보에 나섰다.

CCTV마다 다른 관리주체를 찾아다니며 협조를 부탁하고 필요한 자료를 하나씩 수집했다.

A씨가 진술한 시각과 CCTV 영상에 택시가 등장하는 시간대는 매번 달랐다.

사람의 기억과 실제 일어난 시각이 일치하지 않은 탓도 한몫했지만, CCTV마다 다른 시간 설정값 때문에 영상 하나당 최소 10분을 돌려봐야 했다.

지자체 CCTV 관제센터.
지자체 CCTV 관제센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도 흐릿한 영상 속 택시 윤곽은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형사 특유의 추리력을 발휘해 또 다른 단서를 찾아 나섰다.

형사들은 인접 경찰서에 여행용 가방이 습득물로 들어왔다는 소식에 헛걸음하기도 했고, 난관에 부딪힌 수사 상황을 A씨에게 설명하다가 조바심 섞인 핀잔만 듣기도 했다.

경찰은 꼬박 이틀 동안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했다. 경찰이 들여다본 CCTV 영상만 이어붙여도 300분, 5시간이 넘었다.

경찰은 스무고개를 이어가듯 해당 택시가 영업용이라는 사실과 색상, 차종, 번호판 일부를 특정했다. 단서를 모두 조합하니 한 대의 택시가 나왔다.

수사 착수 48시간 만에 택시 트렁크 안에서 가방을 온전히 찾은 경찰은 사건을 종결 처리했고, A씨는 예정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사건을 맡은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 검거나 사건 예방만이 경찰서비스의 전부가 아니다"며 "피부로 와 닿는 치안행정의 보람을 느끼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만한 일에 수사력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비슷한 사건이 수두룩한데 공식적으로 접수되면 처리를 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로고.
경찰청 로고.[연합뉴스 자료사진]

8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2월 일선 경찰서에 신설된 생활범죄수사팀(이하 '생범팀')은 지난해 말까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범죄 또는 사건 3만7천927건을 해결했다. 3만2천990명을 검거하고, 665명을 구속했다.

검거 유형별로는 자전거절도가 5천638건(14.9%)으로 가장 많았다. 차량털이 4천176건(11.0%), 점유이탈물횡령 3천441건(9.1%), 재물손괴 1천952건(5.1%), 오토바이절도 1천759건(4.6%) 등이 뒤를 이었다.

생범팀 출범 전에는 A씨가 의뢰한 수사의 경우 잠정적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으로 분류돼 강력팀 형사들이 맡았었다.

한 강력계 형사는 "생범팀이 생기기 전에는 단순 분실에 가까운 사건들에까지 수사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며 "피해복구 없이 미제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h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08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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