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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경찰, 교황 비방문 출처 색출 나서…바티칸 보혁갈등 어디까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바티칸의 보혁 갈등 끝에 급기야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교황을 비방하는 벽보가 나붙은 가운데 이탈리아 경찰이 이 게시물 작성자 색출에 나섰다.

6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불법 게시물 부착 혐의를 적용, 이 격문이 붙어있던 장소 주변의 CCTV를 탐문하는 방식으로 작성자의 뒤를 쫓고 있다. 로마 시 당국은 현재까지 교황을 비방하는 동일한 포스터 200여 장을 시내 곳곳에서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이번 일의 소행을 주장하는 단체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바티칸 소식통은 비방문의 내용에 비춰 가톨릭 보수 진영이 주체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게시물은 근엄한 표정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어느 교황보다 교회의 자비를 강조하는 것을 비꼬듯 "프란치스코! 당신의 자비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을 제거하고, 몰타 기사단을 참수하는 한편 추기경들을 무시했다는 비방도 포함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에게 항명한 몰타 기사단의 정상화를 이끌 임시 대표로 측근인 안젤로 베치우 대주교를 임명한 직후에 이 같은 게시물이 붙었다는 점도 이번 일이 가톨릭 보수 진영의 소행일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교황이 베치우 대주교를 몰타 사제단의 정상화를 감독할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몰타 기사단의 항명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가톨릭 교단의 대표적 보수파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출신 버크 추기경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대법관에서 몰타 기사단과 교황 사이의 연락책으로 사실상 강등된 인물로, 성과 결혼, 가정 등에 대한 가톨릭 윤리와 관련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교황과 공공연히 각을 세워 왔다.

그는 작년 11월에는 다른 보수적 성향의 추기경 3명과 더불어 이혼한 사람들과 재혼한 사람들도 가톨릭 성체 성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서한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발송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편지는 성체 성사 허용은 각각의 상황을 고려해 각 교구의 사제가 결정할 수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침에 반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례없는 교황 비난 벽보로 바티칸 안팎이 뒤숭숭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벽보 사건에 대해 아직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교황은 다만, 지난 5일 바티칸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에 모인 신자들에게 "기독교인들은 이기심과 시기심, 중상 모략이라는 전염병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은 작년 12월 몰타 기사단이 인공피임을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를 깨고 미얀마에서 콘돔을 배포한 책임을 물어 알브레히트 폰 뵈젤라거 몰타 기사단 부단장을 해임한 사건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11세기 십자군 원정 당시 예루살렘 성지와 순례객들에게 의료 봉사를 제공하던 조직에 기원을 두고 있는 가톨릭 평신도 단체이자 주권 국가이기도 한 몰타 기사단은 세계 곳곳에서 병원 진료 등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미얀마에서는 빈민들의 에이즈 방지 등의 목적으로 콘돔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튜 페스팅 단장이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서 "이는 교황의 뜻"이라고 거짓 구실을 내세운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명령했으나, 버크 추기경을 등에 업은 페스팅 단장은 교황청의 조사는 주권 국가인 몰타 기사단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교황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페스팅 단장은 그러나 교황에 항명했다는 가톨릭 교단의 곱지 않은 시선과 이번 논란이 가져올 부정적 이미지에 부담을 느낀 몰타 기사단 내부 우려 등에 떠밀려 사퇴했다.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07 05: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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