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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특검 압수수색 거부, 신중히 생각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됐다. 특검은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 경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호실 등과 대치하다 5시간 만에 철수했다. 특검은 청와대 측과 압수수색 방식과 대상 등을 협의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공문을 보내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명의로 제출해 황 권한대행을 상급기관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또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을 들어 거부할 경우 "어떤 법리로도 강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검이 과격한 모양새를 피하고 법리를 유연하게 해석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명분이 어느 정도 공감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청와대가 내세운 것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각 1항이다. 군사상 비밀유지가 필요한 장소이거나 직무상 비밀 물건이 있을 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작년 10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때도 같은 법조항을 앞세워 거부했다. 특검이 황 권한대행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은 관련 조항들의 각 2항에 근거한 듯하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해당 기관 책임자는 압수수색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놓고 다시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특검의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결론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동 법조항의 '책임자'를 누구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대통령일 테지만 지금은 권한정지 상태다. 청와대는 압수수색 거부 사유서를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명의로 제시했다. 반면 특검은 그 '책임자'를 황 권한대행으로 본 듯하다. 황 권한대행이 특검의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상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 기간은 1주일이다. 그런데 특검이 손에 쥔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은 2월 말까지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다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특검은 지금까지 드러난 주요 혐의 사실을 모두 이 영장에 담았다고 했다. 특검은 최소화했다고 하지만 수색 대상에는 비서실장실, 민정수석실, 의무실, 경호실 등이 포함됐다. 특검이 황 권한대행에게 공을 넘긴 것은 '긴 싸움'을 준비하는 호흡일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대응이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입장은 물론 당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을 수사해온 특검이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만 봐도 압수수색을 거부할 명분은 약하다.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과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청와대를 압수수색하지 않고는 특검 수사를 온전히 마무리하기 어렵다. 허술한 명분과 논거로 특검 수사에 흠집을 내면 감당하기 힘든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양측이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중간에서 지혜롭게 교통정리를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03 19:2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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