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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 참변 30대 견인차 기사, 아픈 홀어머니 모시던 '미혼 가장'

송고시간2017-02-05 05:06

고인 동생 "고교 졸업 후 돈벌이 나선 형 결혼도 미뤄"

(김해=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형이 조금만 더 고생해서 모여 살자고 한 게 불과 사고 이틀 전이었는데…. 이제는 영원히 떠나버렸습니다."

음주 운전자가 낸 불의의 사고로 형(34·경남)을 잃은 유모(32)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흐르는 눈물과 복받치는 설움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애써 사고 당일을 회고했다.

유 씨는 설 다음날 새벽 청천벽력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고가 났으니 급히 오라"는 형 직장 동료의 전화였다.

경남 김해의 한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지만 유 씨는 오전 9시께 싸늘하게 식은채 누워있는 형과 마주했다.

"그냥 누워 있는 것만 같고, 그래서 다시 일어날 것 같고, 아직도 꿈꾸고 있는 것만 같고…." 유 씨는 그때의 기억을 힘겹게 떠올리면서 눈믈을 닦았다.

갓길에서 수리 중 추돌당한 그랜저 승용차 [경남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갓길에서 수리 중 추돌당한 그랜저 승용차 [경남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유씨의 형은 지난달 29일 오전 3시 30분께 김해 남해고속도로 장유톨게이트 앞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보험회사 소속 긴급출동요원이자 견인차량 운전기사인 형은 당시 "타이어가 펑크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갓길에 서 있던 그랜저 차량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었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타이어 교체 작업중이던 형과 차주 김모(25)씨를 향해 갑자기 뒤에서 차량이 돌진했다. 피할 새도 없었다.

숨진 형은 동생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믿음직한 존재였다.

오래전 홀로 남겨진 어머니와 유씨 형제는 형편이 어렵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 형은 묵묵히 가정을 이끈 든든한 가장이었다.

이들 형제는 한때 같이 사업도 했지만 여의치 않자 형은 1년 전부터 김해에서 견인차량 운전을 시작했다.

형은 집안 형편이 좋아지지 않은데 대해 늘 미안함을 표시했고,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돈벌이에 나섰다고 유씨는 전했다.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형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홀어머니를 돌보는데도 소홀함이 없었다.

사고가 나기 이틀 전에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에 (견인) 차량을 샀다. 이제 돈 좀 벌어 제대로 빚도 갚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몇 년만 더 고생하자"며 활짝 웃으면서 희망을 전하던 형이었다.

유씨는 "형이 웃으면서 '좋은 여자를 만나 곧 결혼하겠다'는 얘기도 했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는 "형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음주 운전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힘겹게 인터뷰를 끝냈다.

사고가 나자 유씨의 형이 소속된 보험회사의 관계자는 "부족함 없이 (보상) 처리해주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유족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해자인 박모(36) 씨는 사고 직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가 20시간 만인 당일 오후 11시 30분께 경찰에 자수했다.

박 씨는 경찰에서 "소주 한 병 정도 마신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씨가 부산 시내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했다.

박 씨는 사고 직후 상황에 대해 "차량이 폭발할 것 같아서 현장을 떠났을 뿐 사람이 숨진 줄은 몰랐다"며 "이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박씨를 구속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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