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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가서 당했더니 휘청거린다' 농담처럼 던지던 오규원"

송고시간2017-02-02 11:19

10주기 맞아 첫 시집 '분명한 사건' 복간

오규원 시인 1주기 추모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규원 시인 1주기 추모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나를 본 그는 지나는 말처럼 남산에 가서 당했더니 몸이 휘청거린다며 농담처럼 한 마디 툭 던졌다. 유신 시절의 저승악마 같던, 그 남산이라니 왜? 내 순진한 질문에 마지못해 한 대답이 내 칼럼 때문이었단다."

문학평론가 김병익(79)이 전하는 시인 오규원(1941∼2007)의 일화다. 시인은 1970년대 태평양화학에서 홍보지 '향장'을 만드는 일을 했다. 당시 신문기자로 일하던 김병익을 돕겠다며 홍보지에 연재 지면을 내준 게 화근이 됐다. 김병익은 해외 뉴스를 소개하며 독재권력의 부패 이야기를 들먹이곤 했다. 홍보지가 겁도 없이 불량한 글을 싣느냐는 게 몽둥이질의 이유였다.

김병익은 "내가 일간지 기자였고 그는 홍보지 편집자였기에 만만한 그가 대신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며 "그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려 예상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던 것이 30년 전의 그 탓이 아니었을까 송구스러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10주기를 맞은 '날(生) 이미지 시인' 오규원의 첫 시집 '분명한 사건'(1971·한림출판사)이 기일인 2일 다시 출간됐다. 문학과지성사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R 시리즈' 11번째 책이다. 시인의 문우인 김병익은 발문에서 1970년 말 계간지 '문학과지성'에 그의 시를 싣기 위해 처음 만날 당시 인상부터 문지 시인선 장정이 '촌스럽다'며 시인이 표지 도안을 만들어준 일화, 투병 기간 찾아가보지 못한 회한까지 적었다.

"'남산가서 당했더니 휘청거린다' 농담처럼 던지던 오규원" - 2

시인은 1965∼1968년 3회 추천 완료로 등단했다. '분명한 사건'에는 등단을 전후로 1964∼1971년 쓴 시편 중에서 30편을 골라 실었다. 이념과 관념, 주관과 감상을 배제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투명하게 그린다는 훗날의 시론은 이 시집에서 언어에 대한 고민으로 그 뿌리를 드러낸다. 시인은 상투적으로 퇴색한 말들 사이를 옮겨다니며 언어의 생동감을 찾는다.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의 모자다./ 늘 방황하는 기사/ 아이반호의/ 꿈 많은 말발굽쇠다./ 닳아빠진 인식의/ 길가/ 망명정부의 청사처럼/ 텅 빈/ 상상, 언어는/ 가끔 울리는/ 퇴직한 외교관댁의/ 초인종이다." ('현상실험' 전문)

동료 문인과 서울예대 제자들은 '10주기 준비위원회'를 꾸려 시인을 기리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시인이 잠든 강화도 전등사의 시목(詩木)을 참배하고 저녁에는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오규원 시 낭독회를 연다. 류가헌에서는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 육필 등 유품을 전시하는 특별전 '봄은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가 이달 26일까지 이어진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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