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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김은숙의 환생판타지 '도깨비'

송고시간2017-01-22 08:08

새 가능성 보여준 드라마, 과도한 PPL은 눈살


새 가능성 보여준 드라마, 과도한 PPL은 눈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어쩐지 운이 너무 좋다 했더니 전생에 나라를 구한 자였다.

때이른 개화나 이상기온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었다. 도깨비의 감정변화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귀신은 저런 놈 안 잡아가고 뭐 하나" 했던 인간은 시간차가 있을 뿐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돼 있었다. 귀신이든, 저승사자든, 도깨비든 누구 하나가 언젠가는 나서서 손을 봐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생에 못한 일은 다음 생을 기약하면 되는 거였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김은숙의 환생판타지 '도깨비' - 1

우리가 평소 품었던 여러 질문에 대해 tvN 금토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가 내놓은 답안지였다.

운명과 환생에 대한 판타지를 펼쳐보였던 '도깨비'가 지난 21일 케이블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평균 20.5%, 순간 최고 22.1%로 집계됐다.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운명적인 사랑을 중심에 놓았지만 드라마는 '인간계'를 벗어난 많은 키워드를 내세워 판을 키웠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만을 파고들던 김은숙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진화에 성공했다.

◇김은숙, 신과 '맞짱' 뜨다

'말발'에서 대한민국 최고인 김은숙이 이번에는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신을 질문하고 찾으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스케일의 이야기를 펼쳐보였고, 그 과정에서 배짱 좋게 신과 '맞짱'을 떴다.

21일 방송된 '도깨비' 15회에서 써니(유인나 분)는 꼬마의 입을 빌려 신이 전한 "망각은 신의 배려"라는 말에 "내 가게에서 신도 물은 셀프야. 내 인생인데 지 맘대로 배려야.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하려니까 그 작자는 꺼져줬음 좋겠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이 추운 겨울을 남들보다 "되게 춥게" 나야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 대해 "신은 싹퉁머리가 없어. 좀 골고루 나눠주지"라고 비난했다.

도깨비에게 900여년간 가슴에 칼을 꽂은 채 불멸하는 형벌을 내리고, 검을 뺀 후에는 다시 9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만든 전지전능한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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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월적 존재들을 그리면서 소재와 이야기를 확장하는 데 성공한 김 작가는 내친김에 신에게까지 시비를 걸며 특유의 배짱과 재치를 과시했다.

결국 마지막 16회에서는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이 행복의 절정에 있던 순간 유치원생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

김 작가는 '도깨비'에서 운명과 윤회, 업보, 환생 등을 이야기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희생정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대사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신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불멸의 삶을 살아온 도깨비는 모든 것을 기억함으로써 "매일매일이 생지옥"이라고 토로했지만, 써니에 이어 지은탁도 기억을 지워주려는 초월자들의 '배려'를 씩씩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통해 망각이 반드시 축복은 아니라고 맞섰다.

드라마는 마지막에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지은탁이 여고생으로 환생해 도깨비와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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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잔망스러운 멜로는 잉여로 다가와

한회 결방 끝에 20일 방송된 14회의 시청률은 전회보다 무려 2%포인트 뛰어올라 17.5%를 기록했다. 한주간의 기다림이 타는 목마름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20일 방송 직후 시청자의 반응은 실망으로 모여졌다. "역시 김은숙은 13부로 끝내야한다" "14부는 잉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 작가는 "이야기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딛고 10~13회에서 도깨비와 저승사자, 써니의 900년 묵은 악연과 사랑을 정조준하며 다시 흥미를 끌어올렸다. 드라마는 전생의 업보와 인연이 어떻게 현재로 이어지는지, 인간의 질투와 시기, 의심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왜 도깨비여야 했는지를 멋지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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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가슴에 꽂힌 검은 멜로의 절절함과 애틋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바로잡아야하는 정의를 위한 것이었고, 인간의 사악한 마음에 대한 단죄를 뜻했다.

덕분에 이야기는 장대해졌고,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드라마는 14~15회에서 무로 소멸했다가 극적으로 돌아온 도깨비의 한없이 잔망스러운 멜로에 집중하면서 실망감을 안겨줬다. 검이 뽑히면서 도깨비가 천형처럼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은 알겠으나, "찬란한 허무"를 논하던 드라마가 하루아침에 채신없이 경박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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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저승사자와 써니의 애틋하고 절절한 멜로가 '도깨비'의 마지막을 지탱했다. 15~16회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 둘의 사랑은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고 설득력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서로를 안 보는 형벌을 스스로 선택했던 둘은 다음 생에서 짜릿하게 사랑을 엮어가 미소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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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과도한 PPL은 눈살

'태양의 후예'가 'PPL의 후예'라는 비난을 받더니 '도깨비' 역시 과도한 PPL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막판에는 주문받은 PPL을 몽땅 털어넣은 느낌이 강했다. 저승사자는 커피숍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도깨비는 설렁탕집을 자주 갔다. 귀신 보는 소녀 지은탁은 특정 음료를 입에 달고 살고, '전생의 비련의 왕후' 써니는 치킨을 팔아 부자가 됐다.

등장인물 모두가 샌드위치를 즐겨 먹고 숙취해소제를 필요로 하더니 마지막에는 일제히 손목시계에 관심을 보였다.

제작진은 회당 10억원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PPL이 '필요악'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시청에 방해를 줄 정도로 PPL이 과도했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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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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