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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재용 영장기각,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

송고시간2017-01-19 17:20

(서울=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힌 이 부회장의 혐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줄곧 대통령의 강요ㆍ공갈 행위를 강조한 삼성 측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섣불리 기쁨을 표시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한 반응이다.

특검은 영장이 기각된 뒤 언론 브리핑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 견해 차이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특검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혹은 불구속 기소할지 등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자료와 법리를 계속 검토키로 했다. 즉흥적 대응을 자제하고 최대한 원칙적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뜻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삼성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장기각이 수사의 끝이 아니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대거 재판을 받는 건 기정사실인 데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정 구속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에서 뇌물이나 횡령죄가 인정되면 삼성의 글로벌 비즈니스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등에 근거한 수출면허 박탈 가능성이 있고, 헤지펀드의 합병 무효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걱정해야 한다. 일단 영장기각으로 9조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되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작업은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삼성 측은 보고 있다.

뇌물수수 의혹의 당사자인 대통령 측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졌으나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기각과 관계없이 제기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원론적 말이 다였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기각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뜻밖이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논평했고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하나같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봐주기 판결은 안 된다"고 강도를 높였다. 특검이 영장기각에 흔들리지 말고 흔들림 없이 수사를 이어나가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기각으로 중요한 고비에서 특검 수사가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본래 수사 목표에서 이탈해 재벌 죽이기로 선회한 탓이라며 과잉,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제기할 법하다. 반대로 '법원의 재벌 봐주기'라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필요한 자세는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어떤 중간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가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유일한 결정적 쟁점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조급한 판단을 자제하고 향후 수사와 재판의 진행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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