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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실업·무급인턴' 확산…젊은층 노동력 착취에 '눈물'

업종·기업규모 구별 없이 늘어…취약층 배제로 불평등 심화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무급 인턴에 내몰리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인턴 경험은 취업에 필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무급 인턴제는 세계적으로 하나의 규범이 되면서 업종이나 기업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며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있다.

특히 일부 취약층에는 이같은 무급 인턴 체험이 '사치'라는 주장마저 나오면서 이 제도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요구 시위[EPA=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요구 시위[EPA=연합뉴스]

최근 호주에서 나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젊은이 58%는 최근 5년 사이에 인턴이나 견습을 하면서 무급 노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연방 고용부의 의뢰로 시드니공대 등 호주 3개 대학이 호주 전역의 18~29세 젊은이 3천800명을 공동으로 조사한 것으로, 무급 노동 성행에 대한 호주 내 첫 실태 조사로 관심이 쏠렸다.

조사 결과 무급 노동은 의학이나 간호, 교직 등 그동안 전통적으로 활용되던 부분을 넘어 법조계와 금융, 소매, 서비스업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반면 많은 젊은이는 인턴 활동에 필요한 출퇴근, 각종 장비, 보험 등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해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으면 무급 인턴 참여도 더 어려웠다.

또 법조계나 금융, 언론 같은 직종의 경우 사회적 네트워크 정도에 따라 구직 기회가 많고 재정 지원을 받는 부유 가정 출신이 인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아 사실상 특수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지배되고 있다.

이 밖에 주요 대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이 지방 출신보다,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인턴에 참여할 가능성도 더 컸다.

폴라 맥도널드 퀸즐랜드공대 교수는 "구직의 전제조건으로 무급 노동이 계속 늘면 사회적, 경제적 측면의 불평등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공동저자인 애들레이드대학의 앤드루 스튜어트는 "인턴제가 교육과 일자리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지만 이것이 더 일반화할수록 적절하게 관리되고 규제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호주 연방정부가 올해부터 5년 동안 12만 개의 인턴 자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가운데 나와 정부로부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같은 현상은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국가가 공통으로 겪는 일이다.

지난해 8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등 EU 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젊은이 8천 명 중 절반 가까이가 무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의회 연수생협회 일원이라는 한 젊은이는 EU관련 전문매체인 EU옵서버 투고를 통해 "무급 노동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U 기구 내 유급 인턴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여기서 경험을 쌓으려는 많은 젊은이가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무급을 감수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서 무급 인턴을 하던 뉴질랜드 젊은이가 비싼 주거비 때문에 호수 인근에서 텐트 치고 노숙생활을 하며 버티다 끝내 사직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 젊은이는 다른 인턴직에 지원했을 때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고 말해 번번이 탈락하자 유엔 인턴직 지원 때는 실제 사실을 숨기고 사정이 좋다고 답해 겨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텐트에서 노숙생활하던 뉴질랜드 출신 유엔 무급인턴 데이비드 하이드 [출처: 트리뷘 드 즈네브]
텐트에서 노숙생활하던 뉴질랜드 출신 유엔 무급인턴 데이비드 하이드 [출처: 트리뷘 드 즈네브]

캐나다에서는 정부기관에서 인턴을 고용하면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성행하면서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국방부, 공공안전부, 환경부 등 주요 부처를 포함한 캐나다 12개 정부기관은 인턴들을 대부분 무급으로 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정부기관의 무급 인턴 문제가 캐나다 총선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주요 정당이 실태 조사와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무급 인턴이 이미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한 미국에서도 무급 인턴이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사회는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인턴제를 통한 인력 충원이 보편적인 만큼 인턴십은 곧 '기회'를 의미한다. 하지만 무급일 경우 생활비나 학비 등을 벌어야 하는 저소득층 젊은이들이 그 기회에서 원천배제되기 때문에 무급 인턴제는 단순히 '노동 착취' 이상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도시의 저소득층 출신인 대런 워커 미국 포드재단 회장은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무급 인턴제가 특권계층의 지위를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경쟁에서 밀어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워커 회장은 대학 시절 주의회에서 유급 인턴을 하며 "일을 배우고 자신감도 키워" 사회적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소개하면서 하지만 인턴제도에 점차 "재능보다는 돈과 연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커 회장은 우선으로 돈이 당장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턴 보조금 제도의 도입을 요구했다.

cool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1/19 09: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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