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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한국전 참전용사 만나러 24개국 찾는 재미동포 한나 김

친한파 찰스 랭글 전의원 보좌관 출신…"소장자료 모아 후세에 남기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점점 잊혀가는 한국전쟁의 기록을 찾아 전 세계 참전용사가 사는 나라를 방문합니다. 그들에게 살아생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 하고, 소장 자료와 당시의 이야기를 모아 후세에 남기는 일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찰스 랭글(86)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이었던 한나 김(한국명 김예진·여·33) 씨가 4개월간의 '참전용사 찾아가기 여정'에 나선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랭글 전 의원은 46년(23선)간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200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결의안,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 6·25전쟁 추모의 벽 건립안 등을 주도했던 미국 정치권의 대표적 친한파다.

김 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4개월 동안 참전국가를 방문해 용사들을 만날 것"이라며 "이번 여정이 우리 젊은 세대가 한반도에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이번 여정의 콘셉트는 '기억', '감사' 그리고 '화해'라고 한다. 한국전쟁 때 병력을 보냈던 16개국과 의료지원 5개국을 돌면서 참전용사와 한국 지원에 나섰던 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기억'과 '감사'의 시간이다.

또 러시아, 일본, 중국을 찾는 것은 '화해'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언젠가 다가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들 3개국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참전용사 찾아가기 여정' 나선 한나 김씨
'참전용사 찾아가기 여정' 나선 한나 김씨

김 씨는 LA에서 출발해 캐나다 토론토, 콜롬비아 보고타, 영국 런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웨이 오슬로, 덴마크 코펜하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룩셈부르크,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차례로 찾는다.

이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인도 뉴델리,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호주 캔버라와 멜버른, 뉴질랜드 오클랜드, 일본 도쿄, 중국 선양과 베이징을 거쳐 부산과 서울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각국 참전용사를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전쟁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채록하고, 소장한 사진, 편지 등의 자료도 입수하거나 촬영할 계획이다. 여정을 마치면 이를 다큐멘터리로 엮어 한국과 해외의 젊은 세대가 한국전쟁을 잊지 않도록 배포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여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든 상관없이, 어디서건 동참할 수 있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많은 젊은이와 각국 한인 커뮤니티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지난 2007년 LA에서 워싱턴D.C로 이주한 그는 가장 먼저 찾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 앞에서 참배한 뒤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꽃다운 나이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그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기 때문. 이후 그는 참전용사들을 위해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을 제정하고, 끝나지 않은 전쟁임을 알리는 활동을 하며, 참전국을 직접 방문해 용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겠다는 3가지 다짐을 했다.

우선 2007년 정전일에 즈음해 희생자 추모 및 평화 기원 촛불 문화제를 주최하기 위해 한인 1.5세 청년들을 모아 '리멤버 7·27'을 결성했다. 그리고 매년 이날이 되면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행사를 열었다. 문화제는 한국전 발발일을 뜻하는 '오후 6시 25분'에 시작해 정전일을 의미하는 '오후 7시 27분'에 727명의 참석자가 일제히 촛불을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9년에는 연방정부 청사에 국기를 게양하는 기념일로 지정해 달라는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법안을 의회에 청원했다. 백악관과 의회의 모든 의원에게 '전화 로비'를 했고, 당시 랭글 전 의원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매년 정전기념일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그 인연으로 랭글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지난해 12월 랭글 전 의원의 정계 은퇴와 함께 워싱턴 정가를 나온 그는 마지막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이번 여정을 기획했다.

"과거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여러 나라가 나섰어요. 우리가 할 일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결이 그것입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참전용사들의 염원과 목소리를 담아 후세들에게 알리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우리 부모님 세대는 나라를 발전시켰죠. 우리 세대가 할 일은 한국에 있건 해외에 있건 평화통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왼쪽)과 찰스 랭글 전 의원 보좌관 시절 사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왼쪽)과 찰스 랭글 전 의원 보좌관 시절 사진

현재 그는 각국 한인 단체나 한국전 참전 단체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월급을 갹출해 전쟁고아를 돕는 데 기부했다는 일화, 의료지원국인 스웨덴에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가요가 있다는 소식에 한껏 고무됐다. 참전국 대부분이 한국전쟁 기념관이나 기념비를 세웠다는 사실도 그를 놀라게 하고 있다.

여정을 돕기 위해 그의 친구들과 독지가들이 후원금 8천 달러를 모았지만 경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어서 후원(www.remember727.org 또는 hkim@remember727.org)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6살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한 그는 초·중·고교를 미국에서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유학해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UCLA에서 전문경영인 과정을 수료하고, 다시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에서 입법 등 의회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전쟁은 아직도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정용사와 함께한 한나 김씨(오른쪽 4번째)
참정용사와 함께한 한나 김씨(오른쪽 4번째)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1/12 10: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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