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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천일' 맞는 유족들 "진실규명 출발대 선 기분"

송고시간2017-01-06 07:00

"탄핵안 가결에 만감교차…촛불의 힘으로 이제야 진실규명 희망"


"탄핵안 가결에 만감교차…촛불의 힘으로 이제야 진실규명 희망"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광장 민심의 힘, 촛불의 힘으로 이제서야 진실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 같아요."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대기실에서 만난 유가족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대기실에서 만난 유가족

5일 경기도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단원고 희생자 이정인(7반) 군의 아버지 이우근(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 팀장)씨는 "지난해 12월 19일 탄핵안이 가결된 날, 모두 울고 웃으며 만감이 교차했다"며 "이제사 진상규명을 위한 출발선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일어나고 1천일(1월 9일)이 되도록 단식투쟁, 서명운동, 도보 행진, 토론회 등을 동원해 절규했지만, 우리 사회가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지 않아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소리 내 웃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된 날만큼은 모처럼 눈치 보지 않고 웃었고, 이제 희망이 보인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 씨는 "햇수로 4년째인데 지치지 않은 가족들의 진상규명 노력이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촛불집회로 응집돼 터져 나왔다"며 "촛불집회 참석자가 1천만을 넘었는데 '세월호 7시간' 대통령 행적을 밝히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9시면 안산 분향소를 찾는다. 유족대기실에 나왔다가 오후 6∼7시에 이곳을 떠난다.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생업은 기약도 없이 뒤로 미뤘다. 대신 퇴직 후 받은 실업급여와 아이 사망 보험금, 국민 성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생계 자금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당연히 생각해봤죠. 그래도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그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고, 그래서 가족들이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딘원고 생존자 장애인(1반)양의 아빠 장동원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팀장은 "맞벌이라 일찍 집을 나섰다가 늦게 퇴근해 교복 입고 등교하는 아이 모습을 못 본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그래서 지금도 교복입은 아이들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월호 가족에게는 가장 슬픈 말"이라고 했다.

'밥당번' 봉사하는 세월호 가족
'밥당번' 봉사하는 세월호 가족

불쑥불쑥 올라오는 분노와 화를 연극이나 합창으로 승화시키는 유가족들도 있다.

단원고 희생자 김동혁(4반) 군의 엄마 김성실 씨는 세상과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지난해 10월 첫 연극을 무대에서 선보인 단원고 피해 학생 엄마들로 구성된 극단의 배우다.

지난해 봄 결성한 '노란 리본 극단'에서 피해 엄마 9명을 주축으로 10여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서민노동자의 애환과 사랑을 담은 '그와 그녀의 옷장'을 안산에서 무대에 올린 뒤 전국 각지에서 공연 요청이 이어졌다.

김 씨는 "어제(4일) 서울 마포에서 저녁 공연을 했고, 오늘 저녁도 같은 곳에서 공연한다"며 "처음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으로 연극을 배웠는데 공연을 보고 많은 분이 호응해주셔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매주 월요일 오후 3시엔 연극 연습을 위해 안산 온마음센터로 향한다.

오후 7시부터는 416 합창단 연습을 위해 안산 분향소를 찾는데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난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고 했다.

그는 "4·16 그날 후 세월호 가족들에게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라는 것은 없어졌다. 시간이 걸쳐진 느낌으로 사는 것 같다"며 "공연하면 저 스스로 편안해지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웃음과 위안을 주는 공연으로 슬픔과 아픔을 잊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6반) 군의 엄마 이미경 씨도 김 씨와 함께 연극배우로, 합창단원으로 활동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안산 분향소에서 유족과 방문객들을 위해 50인분가량의 식사를 준비하는 '밥 당번' 봉사도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몸을 움직이다보면 슬픔을 잊는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를 보는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안전한 사회를 건설한다며 안산에 건립이 추진된 4·16 안전교육시설과 안전공원(추모공원) 사업이 입지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행정 절차만 맴돌고 있어 안타깝다.

희생자 김수진(1반) 양의 아빠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안전공원에 화장장이 설치된다는 잘못된 얘기가 돈다. 그렇지 않다. 희생자들을 한곳에 모으려면 봉안시설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산에 안전공원이 조성되면 미국 9·11 메모리얼 파크같이 전 세계에서 찾는 안전교육의 성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는 7일 4·16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회 출범을 앞둔 유가족들은 "'진실 인양'을 위해 새로운 출발대에 선 만큼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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