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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 "사찰음식은 선식(禪食)…생명·건강·지혜 추구"

송고시간2017-01-04 14:41

최근 에세이집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출간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이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불광출판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찰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2017.1.4.
kihu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사람들은 음식을 볼 때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에만 초점을 둡니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죠."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은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불광출판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처음에는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지만,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책을 쓰기로 했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책에서 스님은 삶의 근본으로서의 음식, 몸과 마음의 관계, 사찰음식과 수행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또 이 책에는 사계절 사찰음식의 실용적인 레시피가 담겼다.

스님은 책 제목에 대해 "부처님은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몸이 아파서 상담하러 온 이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먼저 물었다"라며 "이는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물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음식에서 생겨나고 음식으로 해결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또 "부처님은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라고 했다. 스스로 음식을 다스려야 법(진리)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라며 "혀의 맛을 좇아가는 삶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조율하며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사찰음식에는 연기(緣起)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스님은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자연과 중생은 나와 둘이 아닌 하나다"라며 "자연의 생명이 맑고 건강해야 좋은 식재료를 얻고 이를 섭취하면서 건강한 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유기농 농산물과 제철 음식을 섭취해야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도 살고, 땅도 살고 물도 사는 법"이라며 "만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음식을 통해 깨우쳐야 한다"고 말했다. 나뿐 아니라 자연 만물을 배려한 식생활은 "누구나 지켜야 할 우주론적 도덕률"이라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스님은 "자연의 생명을 배려하고 그들이 행복해야 비로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며 "인간의 탐욕으로 양계장에 가둔 닭을 먹게 되면 인간 역시 병들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선재 스님 "사찰음식은 선식(禪食)…생명·건강·지혜 추구" - 2

육식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정육'(正肉)만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촉진제나 항생제가 들어간 고기는 바른 고기라고 할 수 없다"며 "필요한 경우 육식을 하되 동물의 삶을 배려해야 하며 결코 욕심내서 먹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스님은 짠맛·단맛·매운맛 등 자극적인 '맛'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생각이 바뀌면 입맛도 바뀝니다. 사찰음식의 맛은 무(無)맛이죠. 맛이 없는 게 진정한 맛입니다."

스님은 "물에 어떤 맛이 있으면 순수한 물이 아니고 맛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가장 순수한 물이 맛있고 건강에 좋듯이 재료 본연의 맛, 자연의 맛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혀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연의 음식, 제철 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 입맛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반 채식과의 비교를 통해 사찰음식의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스님은 "사찰음식은 채식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식(禪食)"이라며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게 채식이라면 사찰음식은 생명과 건강 그리고 지혜를 위한 음식"이라고 규정했다. 사찰음식의 근본은 마음속 깨달음을 지향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에서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선재 스님은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인 '사찰음식문화연구'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음식 수행자'로서 사찰음식을 세상에 전하고 사찰음식의 철학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다듬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조계종의 첫 '사찰음식 요리 명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이란 칭호에 대해 "진정한 명장은 제가 아니다. 산중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드시며 수행하는 스님들이 진정한 명장"이라며 겸양을 보였다.

이어 "다만 명장이란 칭호를 준 것은 사찰음식의 정신이 세상에서 변질하지 않도록 바르게 전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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