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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유망주> ④ 쇼트트랙 꼴찌소녀 김보름,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노린다

늦은 입문, 종목 전향…좌절과 고통 속에 우뚝 선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평창올림픽에서 인생 최고의 레이스 펼치겠다고 다짐
인터뷰하는 김보름(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이 지난 12월 29일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6.12.29cycle@yna.co.kr
인터뷰하는 김보름(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이 지난 12월 29일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6.12.29cycle@yna.co.kr
인터뷰하는 김보름
인터뷰하는 김보름(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이 지난 12월 29일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16.12.29
cy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24·강원도청)은 '지각 인생'을 산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5~6년이나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은 데다 축적된 훈련량도 적어 출전하는 대회마다 고개를 숙였다. 자신감은 계속 떨어졌다.

대구 성화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그저 그런 선수'로 평가받았다.

김보름은 정화여고에 입학한 뒤 미래에 대해 곰곰이 고민했다.

지난달 29일 태릉국제빙상장에서 만난 김보름은 "당시 대회 성적과 학업은 바닥에 가까웠다"라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운동을 포기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고민에 빠져 살던 김보름은 고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보는데,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현 대한항공) 선배가 종목을 전향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우승하더라.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올랐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김보름의 '지각인생' 2막이 시작됐다.

그는 주변의 반대를 꺾고 스케이트 화를 갈아신었다.

그는 "모두 반대했다"라며 "특히 어머니를 설득시키려고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침묵으로 투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5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쇼트트랙을 포기하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김보름은 "쇼트트랙에 늦게 입문했고, 스피드스케이팅도 엄청나게 늦게 시작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 궁지에 몰린 터라 더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트 문외한이었던 김보름은 모든 것은 새로 시작했다. 지도자를 다시 찾아 나섰다. 장비도 새로 구입했다.

그는 "그때 엄마가 많이 고생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지도자를 구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효를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트는 많은 것이 달랐다.

훈련, 경기 운영, 작전은 물론, 주로 쓰는 근육조차 달랐다.

더 큰 문제는 김보름이 생활하던 대구에 스피드스케이트를 훈련할 만한 대형 아이스링크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3때 홀로 서울로 상경했다. 무모했다.

김보름은 "외로웠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나 자신과 싸워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쇼트트랙은 다른 선수를 이기면 되지만, 기록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은 내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김보름은 전향 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쇼트트랙에서 보여주지 못한 폭발적인 스피드와 지구력을 선보이며 그해 12월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김보름은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보름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종목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2014년 스피드스케이팅 흥행을 위해 여러 명의 선수가 지정된 레인 없이 400m트랙을 16바퀴 돌아 경쟁하는 '매스스타트' 종목을 도입했다.

김보름은 "쇼트트랙을 경험한 내게 매우 유리한 종목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2014-2015 ISU 월드컵 시리즈에 처음 선을 보인 매스스타트에서 김보름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쇼트트랙에서 곡선주로 주파, 추월 훈련을 연마했던 김보름은 단숨에 세계 최정상에 올라섰다.

그는 2016-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휩쓸었다. 국내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메달이었다.

그는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돌고 돌아 본인의 길을 걷게 된 김보름의 시선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그는 "2월에 열리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매스스타트 종목만큼은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며 "멀리 보면 평창올림픽을 위해 뛰고 있는데,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보름은 한체대 출신 선배인 이승훈과 함께 모교에서 쇼트트랙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순간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 출전하며 부족한 면을 메우고 있다.

그는 "기량을 늘리는 것보다 약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레이스를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지각 인생을 살아온 김보름이 화려한 역전 레이스를 꿈꾸고 있다.

cycl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1/04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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