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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위안부 합의…부산소녀상 민심에 취약성 노출

송고시간2016-12-31 14:46

합의 신속 이행에 주력한 정부, 한일관계·여론 사이 딜레마

전문가 "정부, 합의 문제점·반대여론 인정하고 이해 구해야"

일본영사관 바라보는 부산 소녀상
일본영사관 바라보는 부산 소녀상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30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소녀상이 다시 설치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동구청은 철거한 지 이틀 만에 소녀상을 반환했다. 2016.12.30
c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국 안에서 '민심'을 얻지 못한 채 착착 이행돼온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계기로 약 1년만에 취약성을 노출했다.

한일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음에도 그로부터 1년 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에 한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28일 19세 이상 525명을 대상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파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59.0%로 집계됐다. 관할 지자체가 1차적으로 불허했던 부산 소녀상이 결국 설치된 배경에는 이 같은 여론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외무상이 대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을 사용한 재단 설립 등 합의 내용은 19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 이명박 정부 시절 논의된 '사사에안' 등 과거 해법에 비해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내 반대 여론이 요지부동인 배경에는 피해자들이 원한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을 받아내지 못한 채 '최종해결'을 선언한 점,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 노력'이 포함된 점 등 합의 내용 자체에 대한 것도 있지만 합의 후 양국 정부의 태도에도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한국 정부는 합의후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보다는 신속한 이행에 전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 1,2차관이 합의 직후 피해자들의 거주시설을 찾아갔지만 합의를 직접 발표한 윤병세 외교장관은 반대하는 피해자 및 지원단체 관계자들을 찾아가지 않았다. 9월 13일 요양치료를 받고 있던 하상숙 할머니를 병문안한 것이 피해자 측과의 유일한 공개 접촉이었다.

윤 장관은 12월 2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당시로선 최선의 합의였다는 자평과 함께 "이해해줄 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반대 여론을 설득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 표명은 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총리의 10월 국회 발언으로 위안부 합의의 진정성 논란을 야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 최종 타결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 최종 타결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

이런 가운데, 당면한 부산 소녀상 문제는 핵심 쟁점인 설치 장소를 둘러싼 해법 찾기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을 잘못 관리할 경우 합의 파기론 또는 재협상론이 한국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외교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데 대해 12월 30일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禮讓, 예의를 지켜 공손한 태도로 사양함)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와 해당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소녀상을 설치하되 일본 총영사관 앞이 아닌 다른 곳에 설치하길 바란다는 취지였다.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는 영사관이 있는 지역의 보호와 품위 손상 방지에 대한 조문이 있지만 외교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가 외교 관련 '국제 협약'에 위배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제 예양 및 관행'을 거론한 것은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위안부 합의에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부산 소녀상에 대해 12월 30일 1차 항의한 일본은 앞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신'을 거론하며 강하게 압박해 올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내 혐한 여론도 강해질 수 있다. 정부로선 한일관계 관리와 국내 여론 등 두 측면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였다.

외교관 시절 대일 외교에 깊이 관여했던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합의 파기라는 '파국적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위태로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부가 재점검 및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합의의 부족함과 합의에 대한 불만의 존재를 인식하는 겸허한 자세를 갖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합의는 잘된 것이고 언젠가 이해받을 것이니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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