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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마리 중 1마리만 '순수혈통'…우리 고유 토종닭이 사라진다

송고시간2017-01-01 07:01

일제때 유입된 개량종에 밀리고 한국전쟁 겪으며 순수 재래종 자취 감춰

7세대 이상 혈통 이어오며 토착화한 외국 품종도 토종 분류…90% 달해

국립축산과학원 15년 공들여 2008년 '순혈' 복원 성공…혈통 보존 나서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닭은 '삼국유사'의 혁거세 신화에 나올 정도로 한민족이 오랫동안 기른 동물이다. 중국 책 '개본초서'를 보면 '약 닭으로는 조선 닭이 으뜸'이라는 기록도 있다.

10마리 중 1마리만 '순수혈통'…우리 고유 토종닭이 사라진다 - 1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우리 고유의 닭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토종닭'을 우리 고유의 닭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토종닭의 대부분은 '외국 닭'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토종닭 대신 재래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재래닭은 크게 재래종과 토착종으로 나뉜다.

이중 재래종이 바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육돼 온 닭을 일컫는다. 다른 품종과 섞임이 없는 순수혈통의 우리 닭이다.

반면 토착종은 외국에서 들여온 품종이 최소 7세대 이상 혈통을 이어 오면서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에 완전히 적응한 경우다.

즉 우리가 토종닭 또는 재래닭이라는 부르는 닭에는 우리 고유의 닭과 외국 닭이 섞여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재래종의 개체 수가 현격히 적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재래닭 중 재래종의 비율은 10%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우리 고유의 닭이 이렇게 소수만 남게 된 이유를 무엇일까.

1일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1900년 이전까지 국내에서 사육하던 닭은 모두 재래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양계업이 활성화하자 재래종은 산란 수가 적고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로 차츰 일본에서 들여온 개량종에 수적으로 밀려나게 됐다.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재래종의 개체 수는 더욱 줄었고, 전후 복구사업의 하나로 외국 개량종이 일시에 대량 도입되면서 재래종은 거의 소멸하다시피 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복원한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닭.

국립축산과학원이 복원한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닭.

이렇게 잊혀가던 우리 고유의 닭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992년부터 전국 산간지방에서 흩어져 사육되던 재래종 수백마리를 수집한 뒤 1년에 1세대씩 15세대를 거쳐 2008년 외래종의 특성이 제거된 순수계통의 우리 재래종 복원에 성공했다.

복원된 재래종은 외래종에 비해 위풍당당한 장방형의 체형에 두께가 얇은 홑볏과 단단하고 조금 굽은 부리, 타원형의 귓불 등 고문헌을 통해 확인된 우리 닭의 외모적 특성을 모두 가졌다.

색깔은 황갈색, 흑색, 흑갈색, 백색 등 총 4종이다.

다만 재래종은 경제적 측면에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사료는 많이 먹지만 무게는 많이 나가지 않고, 번식과정도 까다로워 양계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금도 국립축산과학원과 시·도 축산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혈통 보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충북도 축산기술연구소에는 400마리의 재래종이 사육되고 있다.

연간 2천개 정도의 알을 부화해 사육 마릿수를 유지하고, 외부에서 원할 경우 계란·병아리·성계 등을 분양하거나 매각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형질이 우수한 닭은 남기고, 불량한 닭은 도태시켜 '우리 닭'의 혈통을 보존한다.

충북도 축산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육 마릿수가 적고 산란율이 저조해 재래종 계통 육성에 어려움은 있지만 원종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개량종을 개발하면 재래종 특유의 육질을 지니면서도 생산성이 뛰어난 '우리 닭'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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