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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철거서 재설치까지…지자체 넘은 '시민혁명'

송고시간2016-12-30 16:30


소녀상 철거서 재설치까지…지자체 넘은 '시민혁명'

<그래픽>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재건립
<그래픽>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재건립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자체의 반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은 대학생·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와 시민의 힘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건립되는 소녀상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건립되는 소녀상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30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재건립되고 있다. 소녀상은 이틀 전 설치됐다가 구청의 강제집행으로 철거됐다. 2016.12.30
wink@yna.co.kr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구성됐다.

위안부 합의 내용이 일본의 진정한 사과 없이 돈으로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맞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부산의 대학생과 시민단체는 위안부 합의에 정면으로 맞서 오히려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추진위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시민을 만나 소녀상 건립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하며 8천180명의 동의를 받아내 동구청에 전달했다.

소녀상 건립 모금에도 나서 196개 단체, 5천143명에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8천500만 원을 마련했다.

시민 선전전은 물론 350일 넘게 일본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에 참여한 연인원은 7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소녀상 건립은 쉽지 않았다.

동구청은 도로법상 허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며 소녀상을 설치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에 소녀상을 세우면 협조하겠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워야만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동구청과의 3∼4차례 협의는 모두 무산됐다.

이 때문에 소녀상 제막식 날짜가 애초 10월보다 두 달 뒤인 12월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10월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양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추진위는 다른 조형물은 허용하면서 소녀상은 안 된다는 동구청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며 압박했다.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20일 "정부 입장과 맞지 않는다,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고, 일본영사관도 동구에 공문을 보내 '소녀상 절대 불가' 방침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의 반일 감정을 건드렸다.

평행선을 달리는 소녀상 건립 해법이 보이지 않자 시의원의 중재로 추진위와 동구청, 부산시가 협의를 하기도 했지만, 동구청이 최근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 설치를 방해할 목적으로 트럭을 갖다 놓으면서 사이는 더욱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추진위는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인 지난 28일 위안부 수요집회 도중에 기습적으로 무게 1.7t의 소녀상을 지게차에 실어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내려놨다.

고정작업을 채 하기도 전에 경찰이 주위를 둘러쌌고 추진위 관계자와 시민, 대학생 30여 명은 농성에 들어갔다.

눈가리워지는 소녀상
눈가리워지는 소녀상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시민단체가 2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소녀상이 구청에 압수돼 트럭에 실린 채로 천막이 씌워지고 있다. 2016.12.28
wink@yna.co.kr

동구청은 절차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행정대집행에 나섰고, 구청 직원을 동원해 소녀상을 온몸으로 막던 30여 명을 차례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13명이 연행되고 1명이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동구청은 이어 소녀상을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소녀상을 빼앗긴 농성자와 시민들은 천막으로 가린 채 실려 가는 소녀상이 마치 일본군에 끌려가는 위안부 할머니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동구청의 소녀상 강제철거 이후 여론은 급변했다.

철거 과정을 담은 동영상, 사진이 실시간으로 SNS로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동구청에는 종일 비난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홈페이지 접속자 수가 늘더니 먹통이 되면서 접속이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녀상 철거 책임자인 박삼석 동구청장은 당일 하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다른 간부들도 자리를 비우거나 연락이 아예 닿지 않았다.

"법대로 소녀상을 철거했다"던 동구청이 정작 법대로 소녀상을 반환하라는 추진위와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묵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급속도로 악화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동구청은 결국 소녀상 반환과 함께 소녀상 설치를 사실상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상과 악수하는 꼬마
소녀상과 악수하는 꼬마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30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재건립되자 한 꼬마가 아빠의 도움을 받아 소녀상을 만져보고 있다. 2016.12.30
wink@yna.co.kr

추진위와 소녀상 건립 운동을 같이해 온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은 "이번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돈과 일본대사관 소녀상 이전·철거를 맞바꾸려고 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촛불집회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이 이뤄낸 시민혁명"이라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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