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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원초적 문학성…실험소설 '타란툴라'

송고시간2016-12-28 07:10

"그의 노랫말이 다이아몬드라면 소설은 투박한 원석"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이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그의 가사를 문학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영미 문학계에선 1970년대부터 이미 밥 딜런의 노랫말을 문학 텍스트로 삼은 논문이 발표됐다. 젊은 시절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에 심취했고 웨일스 시인 딜런 토머스를 본떠 개명할 만큼 그는 정체성을 지닌 채 노랫말을 썼다.

국내에선 그다지 언급되진 않았지만 소설도 한 편 남겼다. 음악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년대, 20대 중반에 집필한 '타란툴라'라는 제목의 소설이 번역돼 나왔다.

밥 딜런의 원초적 문학성…실험소설 '타란툴라' - 1

소설은 이 시기를 전후해 두드러지는 노랫말의 초현실주의적 감수성을 공유한다. 편지 또는 산문 형식의 짧은 글 47편을 엮었는데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나 논리적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다. 말줄임표와 각종 부호를 이어가며 문장 구조를 파괴하기 일쑤다.

"브래저스의 딸 초라한 앤 & 목걸이에 달린 이빨들 - 혐오의 원인 & 투우의 유령이 크게 웃는 국경 & 해방 & 그녀, 가죽 도둑의 어머니와 함께 & 엿보는 두 걸음 더 이크 & 미친 번개 & 발광한 태양 & 남동생들을 침대로 & 따분함으로 데려간다" ('절망 & 마리아는 어디에도 없다')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는 서로 모순되고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충돌시키는 수사법에서 비롯된다. 그의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이런 은유는 소설에도 무수하다. "네 넓적다리는 비몽사몽간이다", "네, 선생님, 저는 달러가 되고 싶습니다"

책을 번역한 공진호씨는 "그의 노랫말이 잘 다듬어져 상품화된 다이아몬드라면 '타란툴라'는 투박한 원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글을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가정하고 개개의 단어들을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체로 떠올려 입체적인 상상을 해보는 것"을 독법으로 권했다.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

[소니뮤직 제공]

그의 음악적 변천사에 소설을 대입시켜보면 이런 소설을 쓴 맥락이 조금 보인다. 밥 딜런은 1965년 앨범 '브링잉 잇 올 백 홈'(Bringing It All Back Home)부터 이미 저항의 노래에서 멀어졌고 그의 노랫말을 반핵·반전·평화 같은 선명한 메시지와 겹쳐보려는 대중을 거부했다. 이 시기 쓰인 소설은 '반문화의 상징'이라는 규정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을 지향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소설 '타란툴라'보다 오히려 문학성을 더 인정받은 그의 노랫말을 책 한 권에 모은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도 함께 출간됐다. 데뷔작 '밥 딜런'(Bob Dylan)부터 2012년 '템페스트'(Tempest)까지 정규 앨범 31개에 수록된 387곡의 가사를 영어 원문과 함께 실었다.

미국에서는 밥 딜런의 노랫말을 묶어 시집처럼 펴낸 책이 꾸준히 나왔다. 그의 가사를 대중적 문학 텍스트로 접근하는 시도다. 번역은 서대경·황유원 시인이 맡았다. 서 시인은 "번역된 가사들이 가사만으로 온전히 감상될 수 있을 거라 말할 마음이 추호도 없다. 다만 밥 딜런의 가장 뛰어난 점 중 하나가 가사에 있고, 그것이 한국에서 그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요인들 중 하나라고 본다면, 이 책이 그런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란툴라 = 문학동네. 240쪽. 1만3천800원.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 문학동네. 1천568쪽. 4만8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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