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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범행 잇따른 올해…그들은 '위험'할까 '약자'일까

송고시간2016-12-26 07:11

"당국이 관리해야" 여론에 법 개정해 경찰의 입원 집행권 생겨

정신과 전문의들 "관리 아닌 보호 대상…치료시설 증설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정신분열증'으로도 불리는 조현병은 생각보다 훨씬 흔한 병이다.

26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현병은 100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누구나 가족이나 지인 중에 몇 명은 조현병 환자가 있는 셈이다.

조현병은 약물로 다스릴 수 있는 병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약만 잘 먹으면 별문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다. '조현병은 공격성을 지닌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지하철 등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조현병 환자를 마주치면 경계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사람이 많다.

◇ '조현병은 위험' 인식 번져…경찰에 입원 집행권한 생겨

올해는 살인 등 강력범죄 사건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로 밝혀진 경우가 유독 잦았다.

5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34)씨가 시발점이었다. 같은 달 이어진 부산 '묻지 마 폭행' 사건과 수락산 주부 살인사건의 범인도 모두 조현병 환자로 밝혀지면서, 이 병의 이미지는 악화했다.

조현병 환자 범행 잇따른 올해…그들은 위험할까, 약자일까 [연합뉴스TV 제공]
조현병 환자 범행 잇따른 올해…그들은 위험할까, 약자일까 [연합뉴스TV 제공]

하반기에도 9월 경기도 광명에서 40대 조현병 환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노인을 마구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현병 환자가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소변을 뿌리거나, 조계사의 불상을 훼손하는 등 재물손괴 사건도 잇따랐다.

이 때문에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더 굳어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조현병 환자 중 위험군을 선정해서 치안 당국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달 시행된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이 같은 여론을 수용해 경찰이 특정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보호자 동의 없이도 전문의 2명의 판단을 거쳐 입원시킬 수 있게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환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올바른 변화"라면서 "특히 조현병은 병식(병에 걸렸다는 자기 인식)이 없어서 문제이다. 경찰에게 입원을 집행할 권한이 생긴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전문의들 "위험하다는 건 편견…시스템으로 보호해야 할 약자"

한편에선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위험한 집단'이라는 관점은 편견이라는 지적이 맞선다.

2011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0.08%)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범죄율(1.2%)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2014년의 대검 보고서 통계를 보면 2013년 한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 128만여명 중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 비율은 0.4%로, 정신질환이 없는 경우 비율 42.8%보다 현격히 적었다.

조현병 환자 범행 잇따른 올해…그들은 위험할까, 약자일까 [연합뉴스TV 제공]
조현병 환자 범행 잇따른 올해…그들은 위험할까, 약자일까 [연합뉴스TV 제공]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현병 환자는 당국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시스템으로 '보호'해야 할 약자"고 입을 모은다.

정동청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당국이 조현병 환자를 강제로 관리하려 할수록 환자들이 음지로 숨어들어 부작용을 낳는다"면서 "환자 스스로 조기 치료를 성실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균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같은 공공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나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고, 재활치료 위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조현병 초기 환자가 용기를 내 센터에 갔는데 만성 환자들만 모여있는 데서 함께 치료 프로그램을 받으라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느냐"며 "초기 환자와 만성 환자가 따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별개의 시설을 증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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