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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부계사회 아니다' 규명한 노명호 교수 정년퇴임

송고시간2016-12-19 08:45

올 학기로 서울대 국사학과 떠나…"조선 후기만이 우리 전통 아냐"

국정교과서 논란에 "정권 입장 반영되면 취약…이제라도 철회해야"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고려 시대의 친족 관계는 지금 우리가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조선 후기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이 점에 매력을 느껴 공부를 시작했는데 벌써 정년퇴임을 할 때가 왔네요."

19일 연구실에서 만난 노명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아직도 공부를 시작한 청년 때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거울을 보면 너무 늙어 실감이 안 난다"며 허허 웃었다.

노 교수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30년 가까이 몸담은 학교를 떠난다. 그는 우리 학계에 고려 시대가 부계사회나 모계 사회가 아니라 성별 차별이 없는 '양측적 친속관계 사회'였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힌 학자다.

'고려는 부계사회 아니었다' 규명한 노명호 교수 정년퇴임
'고려는 부계사회 아니었다' 규명한 노명호 교수 정년퇴임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이번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는 노명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그는 우리 학계에 고려시대가 부계 사회나 모계 사회가 아니라 성별 차별이 없는 양측적 친속관계 사회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학자다.

그가 1979년 관련 논문을 출판하기 전까지 역사학, 사회과학계에서는 친족제도의 개념을 초기 인류학적 개념에 한정시켜 부계, 모계 집단으로만 갈라 이해했다.

노 교수는 "그전에는 부계 친족집단이 발달한 조선 후기의 영향이 커서 그것이 우리의 전통인 줄 알았고 일부는 부계제도가 고대부터 내려온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며 "통설의 개념 때문에 잘못 알려지거나 무시된 사실도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고려의 음서제도는 노 교수의 학설이 제기되기 전까지는 부계로 이어지는 제한된 친족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이해됐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이 제도는 부계나 모계와 관계없이 총계적 계보에 등장하는 모든 이에게 허용된 것이었다.

노 교수가 규명한 양측적 친속관계는 어느 한쪽의 성별로만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서 아들, 딸 모두에게 내려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 교수는 "이전에는 고려 시대 난을 일으킨 이자겸 일파도 모두 부계집단 위주의 정파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가나 친가 할 것 없이 확장된 친족 관계 속에서 세력 결집이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친속관계를 바탕으로 고려 시대 남녀는 부모 봉양, 제사, 상속 등 사적인 권리, 의무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았다. 물론 관직에 오를 자격이나 군대 징집 등 공적 영역은 남성에게만 해당이 되고 여성은 매개자에 머물렀다는 한계는 있다.

노 교수는 "전통문화의 폭이 단순하고 좁은 게 아니다"며 "딸이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라는 전통은 300년밖에 안 됐다. 1991년 민법이 개정되며 딸, 아들 관계없이 균등상속을 보장한 것은 고려 시대에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통문화나 역사를 재인식하면 사회, 문화, 자연을 향한 관점과 접근 방식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 교수는 다만 역사학에서 기초연구의 부족을 안타까워했다. 퇴임하고서도 역사 연구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이본 교감(異本 校勘)' 연구에 매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교수는 최근 '고려사절요 이본 교감'을 펴냈고, 조만간 '고려사 이본 교감'도 낼 계획이다. 그는 "정년을 맞았지만,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한창 논란인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현 정부에서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주 단명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한 정부에서 정권의 입장이 반영된 국정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취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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