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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역사' 워커힐면세점, '부활의 꿈' 깨졌다

송고시간2016-12-17 20:53

HDC신라도 강남 확장에 실패


HDC신라도 강남 확장에 실패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고유선 기자 = 24년 역사의 서울 워커힐면세점이 부활에 실패했다.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SK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당분간 접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콜라보(협업)'로 지난해 6월 용산에서 승리를 따낸 HDC신라 면세점도 강남 입성 문턱에서 좌절했다.

◇ SK, 최순실게이트·규모·입지 불리

관세청은 17일 오후 1시 10분~3시 35분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 5개 대기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마친 뒤 오후 7시 30분께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3개 업체를 새 서울면세점의 주인공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면세점 특허 대전에서 패해 서울 광진구 워커힐면세점을 잃은 SK네트웍스는 이번에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워커힐면세점은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이 1973년 워커힐 호텔을 인수한 뒤 1992년 호텔 안에 면세점을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워커힐면세점은 특허 만료와 함께 지난해 11월 '서울면세점 대전'에 뛰어들어 쇼핑, 카지노, 숙박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 리조트 면세점'을 강조했으나 롯데와 함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기준 매출이 2천874억 원 수준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은 아니었지만, 23년에 이르는 업력과 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폐업 위기에 몰리자 SK그룹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워커힐면세점은 직원들의 눈물과 함께 지난 5월 16일 오후 7시 개장 24년만에 문을 닫았고, 본사 직원 190여 명 가운데 90명은 직장을 떠났다. 나머지는 특허 재승인 준비와 신규 브랜드 유치 업무 등에 배치됐다.

입점 브랜드의 판매사원 700여 명은 해당 브랜드 다른 매장으로 옮기거나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4월만 해도 워커힐면세점이 보유한 인천 자유무역지대 1천818㎡ 규모 통합물류창고 사용권과 면세사업 운영 시스템·인터넷면세점 시스템 등을 두산에 넘기며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듯 보였지만 4월 말 관세청이 '서울 면세점 4개 추가' 계획을 발표되자 '특허 탈환'에 나섰다.

최신원 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 운영사) 회장이 직접 특허 심사 준비를 지휘하며 5월 16일 폐점 이후 약 7개월 동안 비워둔 매장을 다시 면세 상품으로 채우고 재개장하기를 꿈꿨지만, 두 번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업계에서는 워커힐면세점 탈락의 배경으로 최순실 사태, 규모, 입지 등 몇 가지 약점을 꼽고 있다.

SK는 롯데와 함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총수-대통령 독대 후 서울면세점 추가 선정을 통해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따로 만났는데, 이때 청와대가 준비한 '대통령 말씀 자료'에는 "정부가 면세점 산업의 육성 등을 위해 시내 면세점 특허 제도에 관한 종합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탈락한 뒤 서울면세점 시장 재진입을 모색하던 시점이었고,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설립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모두 111억 원을 지원한 뒤였다.

이런 의혹에 SK는 "이미 지난해 11월 면세점 입찰 이후부터 '5년 한시 특허'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서울 시내 면세점이 추가된다는 소문은 독대 전부터 있었다"며 독대 결과로 '서울 면세점 추가'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검은 이 의혹을 대통령 '뇌물죄' 혐의의 핵심 근거로 보고 이미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이번에 면세점 후보 평가를 맡은 심사위원들도 이런 의혹과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수사 또는 재판 결과에 따라 두 업체가 실형을 받을 가능성까지 있는 만큼 법규 준수 등 직접 해당하는 항목은 물론이고 여러 심사 항목에 걸쳐 전반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같은 입장에 있는 롯데의 경우 이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감점을 받았더라도, 국내 1위 업체로서 관광객 유치 역량이나 보세물품 관리 시스템 등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합격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 워커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천800억 원 정도로 중소중견 면세점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지리적으로 도심에서 동떨어져 자체적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의 관광 수요를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난해 11월 심사 당시에도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된 바 있다.

SK그룹 내부에서 면세점 사업부문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절박함' 측면에서도 다른 업체들에 밀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 8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최태원 SK 회장은 "최순실 K스포츠재단의 추가 지원 제안이 작년 11월 탈락한 SK 워커힐 면세점의 신규 특허 발급을 염두에 두고 그 대가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면세점과 별 상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면세점 부분은 저희(SK)에게 작은 사업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 HDC신라 "충분히 경쟁력 있는데…"

지난해 용산에 이어 두 번째 서울 시내면세점에 도전했던 HDC신라면세점도 크게 실망한 표정이다.

새로 문을 연 신규사업자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조기에 사업을 정착시켰다고 자부하며 3차 면세점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패배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이 강남지역에서 오랜 기간 유통채널을 구축해온 롯데(잠실), 현대백화점(삼성동), 신세계(반포)의 벽을 뛰어넘을 만한 사업 전략을 내놓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있는 삼성동에 현대백화점그룹과 HDC신라면세점 등 두 현대가 계열사가 맞붙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HDC신라면세점은 이번 실패가 사업계획의 경쟁력이나 경영 능력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최근 면세점 업계에서 벌어진 복잡한 논란과 이슈들이 변수가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평가항목별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HDC신라면세점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shk999@yna.co.kr,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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