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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자유학년제 확대…"꿈 찾아라"vs"선행학습 조장"

송고시간2016-12-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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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생·학부모 만족↑…학원 '자유학기제 특별반' 등장

"자유학기제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 키우는 것"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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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중학생들이 잠시나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끼를 발견하도록 한 중학교 자유학기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자유학기 전후한 학기를 자유학기와 유사하게 운영하는 자유학년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눈빛이 변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가는 게 즐겁다"며 자유학기제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제도 특성상 교사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해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점이 대표적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또 줄어든 교과 수업 시간과 시험에 대한 학부모 우려와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 조장 등은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중1 자유학년제 확대…"꿈 찾아라"vs"선행학습 조장" - 1

◇ "수업이 살아났다"…자유학기→자유학년 확대

15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자유학기는 교과 시간을 20%가량 줄이는 대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총 170시간 동안 진로 탐색·주제선택·예술 및 체육·동아리 등 4개 영역 교육활동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수업 방식도 일반 학기와 달라진다.

교과서 중심의 주입·강의식이 아닌 발표·토론 등 학생 참여형으로 바뀐다. 수학과 미술, 국어와 음악 등 과목 간 연계도 이뤄진다.

이 기간에 일제식 지필고사는 지양되며 대신 수행평가로 학생들의 학업 정도를 평가한다. 또 교내외에서 직업체험 활동을 두 차례 진행한다. 자유학기 시범운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올해로 4년째이며, 중학교 전면 시행은 올해가 1년 차다.

자유학기제의 만족도 등 운영 효과는 이미 연구로 입증되고 있다.

교육부가 작년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한 연구학교와 자율적으로 운영한 희망학교, 자유학기제가 운영되지 않은 일반 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연구학교 학생들의 전반적 만족도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자유학기 전 3.98점에서 자유학기 이후에는 4.15점으로 0.16점 상승했다.

강릉의 한 대학교에서 진행된 자유학기 수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의 한 대학교에서 진행된 자유학기 수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희망학교 학생 역시 만족도가 0.17점 올랐지만, 일반 학교 학생들의 만족도는 3.81점에서 3.82점으로 0.01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일부 시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유학기를 전후로 탐색 또는 연계학기를 추가한 '서울형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를 추진했다.

강원도교육청은 '1학기 준비학기, 2학기 자유학기'인 자유학년제를 도입했으며, 충남도교육청도 기존 자유학기에 전환(준비) 또는 연계학기를 추가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기존의 자유학기 전후로 '연계 자유학기'를 추가하기로 했으며 중학교 1년간 지필 시험 형태의 총괄평가는 아예 폐지된다.

나아가 교육부는 내년 1학년 때 자유학기를 경험한 학생들이 진급한 후에도 자유학기식 수업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2∼3학년 4학기 중 한 학기를 연계학기로 정해 운영하는 시범학교 300곳을 지정하기로 했다.

◇ 교사 개인 역량에 좌우…지역 간 인프라 격차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저마다 자유학기 확산에 앞장서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

우선 수업 방식과 평가 개선, 체험활동 섭외 등 자유학기 운영의 주체가 교사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교무실 서류철
교무실 서류철

경기도 화성의 한 공립중학교 자유학기 담당교사 B씨는 "진로체험기관 섭외부터 토론식 수업 개발도 교사 몫이다. 일제식 지필고사는 사라졌지만, 교육활동마다 학생별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일일이 작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내년에 또 1학년을 맡으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덧붙였다.

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나 학생 만족도가 크게 갈린다는 점도 한계다.

진로체험이나 교육활동 인프라의 도농 간 격차도 지적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자유학기 활동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으나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좌를 충분하게 개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이 많고,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도내 특성상 학교 밖에서 대규모로 체험활동을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탄광 지역에 있는 태백시 함태중학교는 지역에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부모의 직업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 "공부 등한시?" 학부모 불안·사교육 조장…남은 과제

예비 중1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교육 당국이 안고 가야 할 과제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과 수업 시간이 줄어들고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수치로 보여주는 일제식 지필고사가 사라지다 보니 "타 지역 학생들보다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학원
학원

또 현행 고입과 대입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1학년 때 일제식 지필고사가 없으면 2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더 힘들게 공부해야 한다고 걱정한다.

이러한 학부모 심리를 이용해 '자유학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학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 결국 자유학기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8월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함께 학원 배너 광고와 홈페이지 광고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자유학기제를 이용한 마케팅 및 선행학습 유발 광고 341건을 적발했다.

학원들은 대개 '입시는 초6부터 준비해야', '알찬 자유학기제 특별반, 중등과정 자유학기제반' 등의 표현을 쓰며 학생을 모집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임진희 광주지부장은 "자기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취지를 살리려면 불필요한 교과목을 줄이는 등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한 학기만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 방식은 땜빵식 운영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교사 개개인의 역량 강화를 통한 자유학기 수업 내실화와 함께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자주 개최해 자유학기제가 올바르게 정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유학기제
자유학기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교육청 김강아 교육과정정책과 장학사는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직업교육'이 아니라 '진로 탐색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창의적 사고력을 토대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학생상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예혜란 공교육진흥과장은 "자유학기를 경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업성취도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교육부 차원의 추적, 종단연구를 진행해 자유학기제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아닌 정의적 판단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용 한종구 형민우 이영주)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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