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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완벽한 기교와 소리…역동성과 신선함 아쉬워

송고시간2016-12-05 14:06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 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그들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새의 깃털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도 스트라빈스키가 쓴 음표들을 이토록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4일 내한 공연무대에서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이 선보인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제3번의 연주는 연주 기교와 음색, 표현력에 있어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최상의 것이었다.

아마도 이번 공연을 보고서야 호른이란 악기가 그토록 여리고 섬세하게 연주할 수 있는지를 비소로 알게 된 이들도 있을 것이며,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이 마치 벨벳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 내한공연에서 지휘하는 얀손스의 모습. 2016.12.5 [빈체로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기교의 완벽함이 곧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불새>'연주는 마치 잘 짜인 각본과 연출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연상시켰다.

첼로와 더블베이스, 그리고 다소 강조된 베이스 드럼 음색이 잘 혼합된 서주에서부터 불새가 날아오르는 신비로운 동화의 세계가 열리는 듯했다.

제5마디째 두 대의 트롬본의 도입은 살짝 늦어지긴 했으나 두 악기의 음량 밸런스는 완벽했으며 리허설 번호 3번 이후 현악의 환상적인 하모닉스(현의 특정 위치에 손가락을 살짝 얹어 연주하는 주법) 음색은 감탄을 자아냈다.

플루트와 오보에 수석 주자의 귀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솔로 연주에 숨이 멎을 것 같던 순간도 여러 차례였다.

그러나 지극히 탐미적으로 표현된 '공주들의 론도'에 이어 '마왕 카슈체이의 사악한 춤'에 이르렀을 때, 오케스트라의 지나치게 질서정연한 연주는 불새의 마법에 걸려 난잡하게 추는 악당들의 춤이라기보다는 미리 계산된 각본대로 움직이는 생기 없는 춤곡처럼 다가왔다.

지휘봉의 정확한 움직임, 악구 하나하나의 느낌까지 살아있는 훌륭한 연주였음에도, 세부표현에 지나치게 집착해 전체 흐름의 역동성을 놓친 그들의 연주는 매 순간 참신함이나 신선함을 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소리의 황홀감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겐 최상의 연주였으나, 음악을 통해 매 순간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들에겐 다소 실망을 안겨준, 작위적인 연주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 내한공연에서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2016.12.5 [빈체로 제공=연합뉴스]

공연 전반부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길 샤함의 연주는 다소 독특했다.

바이올린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선율보다 음계와 아르페지오로 가득한 이 협주곡의 1악장을 무대에서 완벽하게 소화해내기는 거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어려운 일이다.

샤함 역시 이런 어려움을 느꼈던 탓인지 1악장의 인토네이션은 다소 불안정했고, 오케스트라의 템포 역시 불안정하여 1악장 내내 연주의 몰입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1악장 후반의 카덴차에서부터 샤함 특유의 충실하고 윤기 흐르는 톤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1악장 후주에서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2악장과 3악장은 일종의 실험의 장처럼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의 관악기와 멋진 앙상블을 이룬 2악장 초반에 이어 샤함은 2악장 후반의 카덴차를 변형시키거나 3악장 론도 주제 선율에 장식음을 추가하는 등 갖가지 다양한 시도를 행했다.

무엇보다 약박을 강한 내림 활로 강하게 처리해 강박과 약박의 구조를 바꾸는 독특한 운궁법 덕분에 우리에게 익숙한 베토벤의 선율이 전혀 새롭고 독특한 선율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 샤함의 베토벤 해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관객도 있었겠지만, 그가 앙코르로 연주한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의 감각적인 연주에 대해서는 누구나 감탄했으리라 생각한다.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5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 5일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교향곡 100번 '군대'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연주된다.

지휘 거장 마리스 얀손스
지휘 거장 마리스 얀손스

[빈체로 제공=연합뉴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 내한공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 내한공연

[빈체로 제공=연합뉴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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