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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국민투표, 유럽 경제위기 도화선 될까…금융시장 긴장감 팽팽

송고시간2016-12-04 08:33

부결시 伊 주가 20% 폭락·은행 도산 위기…유로존 흔들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의 정치·경제적 기점이 될 국민투표가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여론조사 예측대로 부결될 경우 증시는 최대 20% 떨어지며 국채 가격도 하락하고 은행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3대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금융 불안은 유럽 전역으로 퍼질 수 있어 시장은 투표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이탈리아 상원의 의석수와 권한 축소 등 정치 개혁의 찬반을 따지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 이슈를 놓고 벌이는 국민투표에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정정 불안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테오 렌치 총리가 정치 생명을 국민투표 결과에 걸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부결 결과가 나올 경우 내년 상반기 조기총선까지 렌치 정권은 식물정부로 남게 된다.

정치권이 힘을 잃게 되면 한창 증자와 부실채권 재조정에 나서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권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꼽히는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는 당장 연말까지 50억 유로 상당의 유상 증자에 나설 계획이며, 2일 가까스로 1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 주주 동의를 얻은 상태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부결로 끝나면 유상 증자안을 완료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이미 취약한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는 지난 7월 유럽금융감독청(EBA)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51개 유럽은행 가운데 꼴찌를 차지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피터 챗웰 유럽 금리 전략부문장은 "부결은 렌치의 실각을 의미하고, 이는 이탈리아를 상당히 무력한 정부가 이끌게 된다는 의미"라며 "지금 같은 시점은 정치적 혼란이 심한 것이 아니라 없을 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면서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의 주가는 이미 이달 1∼2일 이틀에 걸쳐 8.88% 급락했다.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는 물론 중소 은행인 포폴라레 디 빈첸자, 베네토 방카, 카리게, 방카 에트루리아, 카리키에티, 방카 델레 마르케, 카리페라라 등 총 8개 은행이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고했다.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 은행[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 은행[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행주의 부진 속에 이탈리아 증시는 국민투표 부결에 따라 최대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SBC는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렌치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며, 이 경우에는 이탈리아 증시 하락폭이 5∼10% 선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렌치 총리가 사퇴하면 이탈리아 증시는 10∼2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2일 기준 연초 대비 17.6% 하락한 상태다

피에로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만약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오면 48시간 동안 (시장이) 격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도 투표 부결 이후에 이탈리아 은행권이 받는 스트레스를 발 빠르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직후인 올해 7월 수준까지 스트레스 수치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가 혼돈에 빠지면서 국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전문가들은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35bp(0.01%포인트) 오르리라고 점쳤다.

이는 에너지기업 에넬, 통신업체 텔레콤 이탈리아 등 부채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 대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시장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로화
유로화

[연합뉴스TV 캡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시장 불안이 주변국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HSBC는 이탈리아 은행주 급락은 이외 국가의 은행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3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영국과는 달리 유로화를 쓴다는 점이 위험요인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유로존 금융시장은 올 한 해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등 악재에 시달린 데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종료도 앞두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600 지수는 브렉시트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7.23% 낮다.

국민투표 부결을 계기로 이탈리아에서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오성운동이 정권을 잡고 '이탈리브'(Italeave·이탈리아의 EU 탈퇴)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탈리아를 기점으로 4일 오스트리아 총선과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줄줄이 EU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극우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유로존과 유럽연합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JP모건은 시장이 충분히 부결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결과도 시장에는 서프라이즈였지만 당시 시장은 지금 이것보다는 더 준비를 단단히 했었다"고 지적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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