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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에 현실 암담…정부·기업·가계 '내년 준비 없다'

송고시간2016-12-04 06:05

경제부총리 인사 미지수…내년 경제정책방향 수립 우려

기업, 수사·국정조사에 혼란…가계, 얇아진 지갑에 우울한 연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그룹의 심장인 미래전략실에 대한 재차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그룹의 심장인 미래전략실에 대한 재차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김수현 기자 =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여 내년이 더 힘겨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교체가 기약 없이 밀리고 최근 압수수색까지 당하며 직원들 사기까지 떨어진 터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쏟지 못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수사 선상에 올라 역시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실질 소득 감소, 고용시장 한파 등으로 당장 먹고사는 일이 힘겨워진 가계에 내년 준비는 어불성설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정국 혼란과 별도로 경제 컨트롤타워만이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 뒤숭숭한 기재부…내년 경제정책방향 '안갯속'

예년 같으면 한창 내년 경제정책을 준비해야 할 정부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연말을 맞고 있다.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한 달이 넘게 '내정자' 신분만 유지하고 있다.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대통령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이라 부총리 인사청문회는 언제 할지 기약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팀에서 현재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와 차기 수장으로 지명된 임 내정자의 어색한 동거가 그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부총리 대신 중심을 잡아야 할 차관도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싸였다.

최상목 1차관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밑에서 경제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말 발표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애초 기재부는 부총리가 임 내정자로 교체될 것도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는 듯했지만 현재로썬 유 부총리 체제에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교체가 발표됐던 상황이어서 유 부총리 체제에 큰 힘이 실리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전임 경제수장 선배들을 만나 "임종룡 내정자도 다소 엉거주춤한 상황"이라며 교체 부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미뤄지는 상황을 두고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수장의 거취 문제와 더불어 기재부 출신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과 관련해 기재부가 최근 검찰 압수수색까지 당하면서 기재부 직원들 역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책임져야 하는 일에는 공무원들이 손대지 않는다는 '변양호 신드롬'이 관가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통령 마지막 해엔 임기 초반에 나온 정책을 매듭짓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하지만 부총리, 고위 간부, 직원들을 가리지 않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인데다 각종 정책이 '최순실표'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 최순실 사태, 시장에 직격탄…실업에 떠는 청년들

기업들도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지금쯤이면 내년 경영계획과 차기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인사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한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주요 기업들의 전략기획·대외협력 파트들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지난달 8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보름만인 23일에도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국정조사 증인으로까지 채택되면서 기업 내부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 탓에 현대기아차, SK, 포스코 등 대다수 대기업은 대부분 내년 사업계획 수립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애초 연말로 예정됐던 인사마저 내년 초로 미룬 상태다.

정부의 기능이 멈춘 탓에 공기업 역시 인사 지연, 사업 차질 등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송성각 전 원장이 최순실 사태로 구속되면서 강만석 부원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도 2개월째 경영본부장이 사장 대행을 맡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아직 업무를 보는 공공기관장은 22명에 이른다.

국민들은 회복 기미가 없는 경기 불황에 우울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취업 시즌임에도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1999년 수준까지 치솟았고 전체 실업률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할 대다수 젊은이가 내년에도 취업준비에 목을 매야 할 처지다.

가계 실질소득이 작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가계부채는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1천300조에 육박하면서 국민은 필수적인 소비마저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사실상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경제 분야만이라도 서둘러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는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공무원들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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