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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친 청문회…재계 총수들, 모범답안 '열공'중

송고시간2016-12-04 06:03

일거수일투족 생중계에 부담…독회하며 모의 청문회로 준비

정몽구·손경식 회장 등 고령 총수는 건강 우려

코앞에 닥친 청문회…재계 총수들, 모범답안 '열공'중
코앞에 닥친 청문회…재계 총수들, 모범답안 '열공'중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6일로 닥쳐온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를 앞두고 관련 그룹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8개 그룹의 오너(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유례없는 광경이 연출될 예정이다. 이처럼 많은 재벌가 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에 출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그룹들은 방송기자 출신 임원을 투입해 청문회 예행연습을 하는가 하면 오너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국회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 사항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모범답안을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총수들은 모의 청문회 형식의 독회(讀會)를 수차례 반복해 실제 청문회장에서 실수 없이 답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이미 국조특위가 요청한 청문회 자료도 제출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총수들이 답변 과정에서 실수 없이 해명하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 시작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지만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실상 일과 시간 내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세례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자칫 회장님의 부적절한 발언 한마디, 어휘 하나가 기업 평판을 크게 흠집 낼 수도 있다. 국조특위 위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이나 도발에 크게 흥분했다간 구설에 오르거나 두고두고 농담의 소재가 되는 등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청문회에는 총수 1인당 변호사 1명과 수행비서 1명 등 2명 정도만 동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총수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답변이 막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력자가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오너들은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된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쏟아낼 '송곳 질문'에 능란하게 대처해야 한다.

B 대기업 관계자는 "청문회장 안에 회장별로 변호사와 수행비서 각 1명씩만 동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것 같다"며 "기업 실무자들이 현장에 가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직원들이 당일 국회에 몰려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그룹은 의원들의 돌출 질문에 대한 대비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청문회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버스·지하철 요금이나 커피값 같은 '서민 아이템'으로 일반인과 괴리된 재벌의 생활상을 들추려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예상질문 만들고 가상 청문회로 '독회'도…총수 고령인 그룹선 구급차까지 준비

8개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000270], SK, 롯데, 한진[002320] 등은 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른 그룹사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는 의혹만 사고 있는 반면 이들 그룹은 추가로 지원했거나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로비 의혹,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의 경위와 목적 등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그룹과 달리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외에도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등 임원 2명이 추가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법무·대관업무 부서를 중심으로 비상대응팀을 꾸려 가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등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서 외에도 재무, 홍보, 인사 등 이번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부서들은 총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과 관련된 부서들이 모두 합류해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쏟아낼 송곳 질문에 적절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 등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기자 출신 홍보 임원들도 합류해 청문회가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직접 나서 사과를 한 이후 약 1년 반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처럼 공개적으로,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질문에 답변하고 설명하는 자리는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난처하고 공격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한 사람의 면모를 다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으로서는 청문회가 크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따로 대응팀을 구성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성실히 답변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위기감이 큰 분위기다. 올해 18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판매 역성장이 예상되고 임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청문회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코앞에 닥친 청문회…재계 총수들, 모범답안 '열공'중
코앞에 닥친 청문회…재계 총수들, 모범답안 '열공'중

현대차그룹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79세로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가운데 최고령인 정몽구 회장의 건강이다.

정 회장은 2009년 초 심장질환으로 직접 심장을 열어 수술하는 개심 수술을 받았고 이후 매년 정밀 심장 검진은 물론 고혈압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장시간 진행되는 청문회를 견뎌낼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내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병원과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등 긴급이송 체계를 마련했다.

CJ그룹도 손경식 회장이 77세로 고령인 데다 올해 폐 수술도 하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해 온종일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법무와 대관, 홍보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국회 동선 파악과 예상질문 작성 등 청문회 준비를 해왔다.

청문회 당일에는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당 분야 임원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에서는 주로 최순실씨의 지인이 소유한 회사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씨 광고회사에 62억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위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 등에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특위 위원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과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자료 준비 과정에서 롯데 스스로도 관련 팩트를 다시 한 번 파악해 정리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청문회 현장 질의에 대비해 서울 소공동 롯데본사 집무실에서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

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에는 법무·대관업무 관련 임직원들과 함께 예상 질의·답변 형식의 강도 높은 '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대외협력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은 최근 여의도 국회로 출퇴근하며 국회 분위기 파악과 입장 해명에 주력하고 있다.

CJ그룹도 손경식 회장의 청문회 출석에 대비해 예상질문을 추려서 예행연습을 하는 등 법무, 대관, 홍보 중심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된 일을 중심으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외부 로펌을 선임해 법무팀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의원실로부터 주로 평창올림픽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많은 언론보도가 나왔고, 조 회장 역시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한 바 있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기존 입장을 '복습'하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에 앞서 한진해운[117930]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험이 있어 처음 국회에 나오는 다른 기업 총수들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대관 등을 중심으로 국회 동향을 파악하면서 예상질문을 바탕으로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 "뇌물 준 기업인으로 낙인 찍히면 어쩌나" 기업들 우려

청문회를 앞둔 기업들은 한편으로 분주히 대비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우려도 하고 있다.

재계는 국조특위 위원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돈을 뇌물로 단정 짓고 총수들을 추궁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통해 뇌물죄로 처벌받은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배제하는 등 주요 국가에서 뇌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편"이라며 "청문회에서 총수들이 뇌물 공여자로 몰리는 상황이 연출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이번 국정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명문화한 규정을 근거로 기업들에 마구잡이 식으로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시작한 신규 사업, 광고비 집행 내역 등 자료 제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해당 자료를 준비하느라 담당 부서에서는 밤샘근무까지 하고 있다. 경영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총수들이 국정조사장까지 들어가는 와중에 사고가 벌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취재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포토라인은 마련될지, 마련된다 해도 잘 지켜질지, 그 와중에 사고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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