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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48시간'…죽음에 한발 다가선 예능

송고시간2016-12-04 09:00

'웰다잉' 관심 커지고 예능 소재 고갈도 원인


'웰다잉' 관심 커지고 예능 소재 고갈도 원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슬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내가 그동안 잘 살아왔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서러움이 딱 밀려오던데……."

배우 이미숙(56)의 목소리가 떨리는가 싶더니, 울음이 섞여 나왔다.

시한부 인생을 체험하는 tvN 리얼리티 프로그램 '내게 남은 48시간'(이하 '48시간')의 한 장면이다.

TV 예능이 죽음에 한발 다가섰다.

'48시간'이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형식의 MBC TV '미래일기'는 예능 소재가 죽음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MBC '미래일기'
MBC '미래일기'

◇ 죽음과 늙음 통해 현재의 소중함 일깨워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48시간'에서 출연자가 가상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모습이나 강도는 저마다 달랐다.

이미숙은 눈물을 훔치다가 평소처럼 개밥을 살뜰히 챙겼고, 방송인 탁재훈(48)은 초등학생 아들에게 남길 영상을 장난스럽게 찍다가 할머니 납골당을 찾아 씁쓰레했고, 스물다섯 박소담은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프로그램은 이들의 변화를 따라간다.

이들을 보면서 시청자도 '나는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를 한 번쯤 생각하게 되고, 지난 시간도 자연히 돌아보게 된다.

전성호 PD는 지난달 30일 열린 '48시간' 제작발표회에서 "죽음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소재"라고 강조했다.

'미래일기'에서는 나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 가상의 하루를 살게 된다.

늙음이나 죽음을 들여다봄으로써 남은 삶을 더 가치 있게 보내게 한다는 점에서 '48시간'과 통하는 면이 있다.

노인 특수분장이 동원되는 '미래일기'가 주는 늙음이나 죽음의 이미지는 더 즉각적이고 충격적이다.

출연자들은 백발 아래 굵고 가는 주름과 저승꽃으로 뒤덮인 얼굴을 연신 어루만지며 세월을 느끼고, 이를 보는 시청자도 삶의 유한함을 새삼 깨닫는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백발은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고려말 우탁의 시조 '탄로가'가 절로 떠오른다.

tvN '내게 남은 48시간'
tvN '내게 남은 48시간'

◇ '웰 다잉' 확산 분위기에 새 소재 발굴 노력도 영향

그동안 TV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죽음이나 늙음을 자주 다뤄왔다.

반면 예능은 생로병사 중 노병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편하게 봐야 하는 것이 예능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8월 방송된 MBC TV '나 혼자 산다'에서 노홍철이 임종 체험에 도전했지만 일회적인 행사였다.

예능이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은 일상에서 죽음을 좀 더 가깝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정 사진 촬영이나 묘비명·유서 쓰기 등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이제 쉽게 만날 수 있고, 이른바 '웰다잉' 관련 서적도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예능가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다 보니 죽음이라는 터부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일기' CP를 맡았던 박정규 MBC 예능국 기획특집부장은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반복되다 보니 다들 새로운 소재나 형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리얼 버라이어티도 기존의 형식에 사회과학적 실험을 더 하는 쪽으로 확장됐다"면서 "시간 이동이라는 장치도 드라마에서는 유행될 정도로 자주 사용된 만큼 예능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MBC '미래일기'
MBC '미래일기'

◇ 프로그램 연속성 확보는 숙제

수요일 밤에 편성된 '48시간'은 1회 평균 시청률이 0.8%(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에 머물렀다.

'미래일기'는 1~2%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다 지난 1일 8부작으로 종영했다.

시즌제 예능으로 기획되긴 했지만, 제작진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종영한 셈이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시범제작) 당시 재미와 감동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반짝' 화제 몰이를 할 수는 있겠지만, 방송 콘텐츠로서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률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파급력이 큰 TV 특성상,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부장은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미래일기'는 매일 똑같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한 번쯤 자신과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숙도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저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다"면서 "촬영을 끝내고 보니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서 필요 이상의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말고 소신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tvN '내게 남은 48시간'
tvN '내게 남은 48시간'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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